6위에서 1위로… 셰플러 막판 뒤집기 金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인근 기앙쿠르의 르 골프 나쇼날(파71·7174야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골프 남자부 최종 4라운드. 이날 9타를 줄이며 선두 경쟁에 뛰어든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마지막 18번 홀(파4·471야드)에서 티샷을 오른쪽 깊은 러프에 떨어뜨렸다. 홀까지 180야드. 그린 주변이 연못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홀에 가까운 형태로 이번 대회 평균 타수 4.430타로 가장 어려운 홀이었다.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노리다가는 자칫 타수를 크게 잃을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셰플러는 안전한 곳으로 공을 꺼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기색 없이 러프에서 혼신의 아이언 샷을 했다. 공은 그린 위에 안착했다. 셰플러는 홀까지 9m 거리를 남겨 놓고 2퍼트로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공동 선두를 달리다 17번 홀(파4)에서 뼈아픈 보기를 한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가 결국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지 못하고 경기를 끝내면서 셰플러의 대역전극이 마무리됐다.
셰플러는 3라운드까지 김주형과 나란히 4타차 공동 6위였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잡아내는 놀라운 경기를 펼쳤다. 플리트우드(잉글랜드)가 은메달(18언더파),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동메달(17언더파)을 차지했다.
상금이 전혀 없고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만 주어지는 올림픽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은 필사적이었다. 금메달을 향한 거의 ‘모 아니면 도’ 식 질주를 보여줬다. 이 광경을 미국 골프닷컴은 ‘골드 러시(Gold Rush)’라고 묘사했다. “올해 모든 골프 대회 가운데 가장 극적인 마무리”라는 찬사도 잇따랐다.
메달에 도전했던 김주형은 버디 6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8위(13언더파)로 첫 올림픽 출전 무대를 마쳤다. 4라운드 중반 선두와 3타차까지 따라붙었으나 기세를 살리지 못했다. 김주형은 사실상 메달 희망이 사라진 18번 홀에서부터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는 “국가를 대표하는 마음이 어떤지 이제야 알 것 같다”며 “축구대표팀 주장인 손흥민 선수가 왜 그렇게 자주 경기장에서 우는지 이해할 것 같다”고 했다. 김주형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안병훈이 기록한 공동 11위를 넘어서 한국 선수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여자 골프에서는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박인비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아직 남자는 올림픽에 입상한 적이 없다. 공동 24위(6언더파)를 기록한 안병훈은 “더 노력해 다음 올림픽에 또 나오고 싶다”고 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셰플러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올 시즌 PGA 투어 6승을 올리며 통산 12승(메이저 2승)을 거둔 셰플러는 “성조기를 달고 미국을 대표해서 올림픽 정상에 오른 감격은 특별한 감정이었다”고 했다. 셰플러는 1~3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린 데 이어 후반 6개의 버디를 추가했다. 특히 14~17번 홀에서는 거의 핀을 향해 쏘는 샷으로 4연속 버디를 잡으며 승부를 뒤집었다. 셰플러 우승으로 미국은 2020 도쿄 올림픽 잰더 쇼플리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날 플리트우드는 5타, 마쓰야마는 6타를 줄였다. 4위(16언더파)를 한 빅토르 페레스(프랑스)도 8타를 줄였다. 10번 홀까지 20언더파 단독 선두를 달렸던 욘 람(스페인)은 이후 5타를 잃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아일랜드 대표로 출전)와 나란히 공동 5위(15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7일부터는 한국 고진영, 양희영, 김효주가 출전하는 여자부 경기가 같은 골프장에서 막을 올린다. 한국은 2016 리우 금메달(박인비) 영광을 재현하러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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