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담합보다 단단한 '전공의 집단행동' 깨려면

2024. 8. 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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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타깃, 기업 '공동행위'
이탈 요인 많아 유지되기 어려워
전공의 집단행동, 경제학적으론
의사 수 제한·소득 유지 '담합'
경쟁 없어 '집단행동' 유지되기에
원칙 입각한 대응 꾸준히 펴야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코로나19 사태 이후 심화한 인플레이션이 최근 완화되고는 있다지만 농산물과 외식 등 생활 물가는 여전히 불안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들의 공동행위가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라고 보고 공동행위 단속에 행정력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가격을 직접 올리기로 합의하기도 하지만 물량을 조절해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게 만드는 방식으로 공동행위를 한다. 그러나 기업들이 공동행위를 지속해서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판매량을 줄이기로 합의는 했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각 기업은 나머지 공동행위 참여 기업 몰래 자신의 판매량을 늘릴 유인이 있다. 나머지 기업들이 판매량을 줄인 사이에 자신만 판매량을 늘리면, 상대방 고객을 탈취하는 효과로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공동행위가 유지되려면 누가 공동행위에서 이탈했는지 확인하고 나머지 기업들이 이탈 기업을 제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 판매량은 공동행위 말고도 다양한 시장 여건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이탈 기업을 특정하기 어렵고, 공동행위 이탈이 확인되더라도 합의한 공동행위를 중단하고 경쟁으로 돌아가는 정도의 제재만이 가능할 뿐이다. 기업들의 공동행위가 깨지기 쉬운 이유다. 그 결과 기업들이 공동행위를 다년간 유지해 적발된 사례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난 몇 년간 공정위가 적발한 사례는 가담자 사이에 공동행위 이탈이 쉽게 확인되는 입찰 담합이 주를 이룬다. 올해에도 현재까지 공정위가 조치한 사건 중 가장 굵직한 건은 대형 건설사에 납품하는 아파트 빌트인 가구에 대한 입찰 담합 정도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기업의 물량 공동행위와 닮은 부분이 있다. 물론 전공의들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의사 숫자라는 물량을 조절해 의사 소득이라는 가격을 유지 내지 올리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집단행동이나 공동행위나 모두 암묵적 혹은 명시적 합의를 통해 경쟁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부당한 담합이라고 할 수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기업들의 공동행위와 다른 점은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 1만 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어떻게 집단행동에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공동행위와 마찬가지로 집단행동을 개인적으로 이탈할 유인이 있는지, 이탈을 은폐할 수 있는지, 이탈에 대한 제재가 강한지 확인해 보면 된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이탈은 업무 복귀를 의미한다. 나머지 전공의들과 당장 경쟁 관계에 있지 않은 전공의가 업무에 복귀한다고 기업의 고객 탈취와 같은 특별한 이득이 생기는 게 아니다. 이에 정부는 집단행동에서 이탈하지 않으면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면허 취소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아는 전공의들에게 이는 으름장에 불과했다. 결국 정부는 집단행동 전공의들에 대한 모든 제재를 거뒀다. 대신 정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을 사직 처리하고 하반기에 수련병원에서 결원된 전공의들을 모집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지역에서 수도권 상급 수련병원 전공의로 갈 수 있도록 전공의들 간 경쟁을 유도해 집단행동 이탈의 유인을 만들어 보고자 했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깨지기 어렵다. 누가 집단행동을 이탈해서 하반기 모집을 통해 전공의로 복귀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고 이들에 대한 내부 제재가 어렵지 않다. 외부로부터 경쟁이 없는 폐쇄적인 의료 생태계 특성상 집단행동 이탈자들을 배신자로 낙인찍고 유무형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일부 대학병원 교수들은 하반기 모집을 통해 들어온 전공의들의 수련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대학병원 교수들이 잠재적 이탈자들에게 제재의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어느 누가 전공의 모집에 응하겠는가?

정부는 기업의 공동행위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처벌까지 한다. 정부의 단호하고 일관성 있는 대처로 기업들은 공동행위 시도조차 꺼린다. 의료 개혁을 위해 정부는 의료계와 소통해야 하지만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일관되게 집행해야 한다. 섣부른 미봉책으로 실패만 거듭하면 정부를 향한 신뢰만 깎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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