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왜 민심 외면하고 성벽을 쌓을까 [조선칼럼 윤태곤]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2024. 8. 6.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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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국민 여론조사는 이재명 44.9% 대 김두관 37.8%
당원 상대 경선 결과는 이재명 9 대 김두관 1 수준
당심과 민심 차이 너무 커
그럼에도 이 상황 외면하는 건
다가오는 재판 결과 두려워
방어태세 굳건히 하겠다는 건가
4일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전국당원대회 광주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등이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민생우선 경제회복'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전당대회가 별 관심을 못 끌고 있다. 지난 4일 광주·전남 경선을 마친 상황에서 당원 투표율은 26.47%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호남에서도 전북 20.28%, 광주 25.29%, 전남 23.17%에 그쳤다. 경기(10일), 대전·세종(11일), 서울(17일) 일정이 남았지만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장마 이후의 폭염, 파리 올림픽이라는 외부 악재 탓도 있겠지만 자해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치열했던 여당 전당대회와 판이한 일방적 흐름이 가장 큰 요인이다. 호남 경선까지 해서 이재명 대표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86.97%에 달한다. 차점자인 김두관 후보는 11.49%에 불과하다. 이대로 경선이 진행된다면 이 후보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득표율 77.77%보다 훨씬 더 높은 숫자를 기록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주요 정당의 전당대회에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지지율이 높은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현실 정치를 오래 겪은 사람들은 “DJ는 김상현, 정대철 같은 2진들을 수면 아래에서 일부러 밀어줘서 주류 7, 비주류 3 정도로 당의 구조를 짰는데 이재명은 그러지 못하니 문제다”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런 인위적 판짜기는 이제는 불가능하다.

민주당에서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는 비판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정당에서 당원과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각각 얼마만큼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게다가 이번 전당대회 규정을 보면 민주당의 일반 여론조사 반영 비율은 30%로 국민의힘 20%에 비해 훨씬 높다. 1기 이재명 체제 이후 민주당에서는 당의 허리 혹은 기득권 격인 대의원들의 힘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의원 투표 반영 비율은 14%에 달한다. 호남뿐 아니라 수도권 웬만한 당협을 가도 ‘평민당 때부터 활동한, DJ 시절을 회고하며 국회의원들을 훈계하는 40년 원로 당원’들이 수두룩하다. 반면 지난 십여 년간 이합집산, 당명 변경을 거듭했던 국민의힘은 영남과 강원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의원 체제를 제대로 유지할 능력조차 없다. 그래서 전당대회에 반영하고 싶어도 못한다. 당비를 꼬박꼬박 내는 민주당 ‘권리당원’ 규모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의 세 배에 달한다. 리더의 장악력도, 당의 산증인인 대의원 구조도, 당비 내고 활발히 참여하는 당원의 양과 질도 민주당이 모두 국민의힘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분명히 민주당과 이재명의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문제의 본질이다. 사실 양당이 전당대회에 반영하는 ‘일반 여론조사’는 자기 당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모든 정당 지지자와 정치 무관심층을 포괄하는 일반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여론조사는 따로 봐야 한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지난 7월 8~9일 전국 유권자 1001명 전체를 대상으로 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무선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에선 이재명 44.9%, 김두관 37.8%로 그 격차가 7.1%p에 불과했다. 대체로 이재명 9 대 김두관 1로 나타나는 당심(지지층)과 민심의 차이가 너무 크다.

이렇게 괴리도가 높아지면 피로도가 높아진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이 낮은 까닭이다. 피로도가 높아지면 다시 괴리도가 높아진다. 즉 지지율이 떨어진다. 이런 악순환에 대한 답은 나와 있다. 강성 지지층에 리더십을 발휘해서 당을 민심 쪽으로 이끌고 가서 괴리도를 낮춰야 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일극’ 소리를 듣는 이재명에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전당대회장에선 최고위원 후보들이 “내가 이재명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여의도에선 원내대표 이하 의원들이 탄핵과 특검에만 매진하고 있다. 의원들이 이탈할까 싶어 강제 당론으로 지정해 놓은 법안만 수십 개에 달한다. 뻔한 해답을 외면하는 꼴이 미스터리라면 미스터리다 .

지난달 여당 전대 기간 동안 한동훈은 오는 9월·10월에 이재명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정치적 국면이 전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발언 속에 이 미스터리의 해답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다. 민심을 좇아 중원으로 나가긴커녕 성벽을 높이 쌓고 해자를 깊이 파서 방탄 아니 방어 태세를 굳건히 한다는 것은 이재명도 한동훈 말에 동의한다는 것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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