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KIA서 사라진 크로우의 흔적… 페디 이상 역대급 선수 협상 중, 대권 마지막 퍼즐 올까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 2년간 외국인 투수 문제에 속이 썪었던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스카우트 부서를 개편하는 등 외국인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일단 3년 연속 동행하기로 결정한 KIA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 외국인 투수를 선발했다. 리그에서 외국인 투수 확정이 가장 늦은 축에 속했다.
그런 KIA가 점찍은 선수는 윌 크로우(30)였다.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 선수에다 2021년 피츠버그에서는 선발로 한 시즌을 뛴 경력도 있었다. 이후 불펜에서도 좋은 활약을 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고, 좋은 구위를 가졌으며, 아직은 하락세가 올 나이도 아니었다. 그렇게 KIA는 계약금 20만 달러·연봉 60만 달러·인센티브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를 크로우에 투자했다. 원하는 것은 분명했다. 강력한 구위를 가진 외국인 에이스였다.
그런데 크로우를 따라다니는 하나의 불안요소가 있었으니 2023년 그의 시즌을 거의 다 날리게 한 부상 요소였다. KIA는 크로스 체크를 통해 크로우의 부상 부위를 면밀하게 관찰했다. 그 결과 뛰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가지고 계약에 이르렀다. 메디컬테스트만 오래 진행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하지만 그렇게 했는데도 크로우는 탈이 났다. 팔꿈치가 아팠다. 난감한 일이었다.
5월 4일 한화전을 마친 뒤 다음 등판에 대기하기 위해 불펜 피칭을 하던 도중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측부 인대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미국까지 가 검진을 받았지만 소견이 달라질 리는 없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했다. 그렇게 크로우는 우리 시선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문서’에는 크로우가 멀쩡하게 남아 있었다. 크로우는 5월 29일 재활 선수 명단에 올랐다. 팔꿈치 수술을 하면 올해는 시즌 아웃이다. 당연히 퇴출 수순이다. 외국인 교체 카드를 하나 소진해야 했다. 여기서 KIA가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의 규정을 잘 이용했다. 6주 이상 재활이 필요한 선수가 있을 경우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대체로 오는 선수의 계약 기간을 명시한 규정은 없었다. KIA는 그렇게 캠 알드레드와 총액 32만5000달러(약 4억4400만 원)에 계약했다. 금액에서 볼 수 있듯이 잔여 시즌을 모두 아우르는 계약이었다.
KIA는 이 경우 교체 카드 한 장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이점이 있었다. 알드레드의 기량을 보고 결정하면 됐다. 알드레드의 기량이 만족스럽다면 그대로 크로우를 대체하면서 교체 카드를 쓰면 됐다. 알드레드의 기량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른 선수를 영입해 크로우의 대체 선수로 활용하면 됐다. 외국인 교체 카드 한 장을 최대한 아낀 것이다. KIA는 전자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았다.
KIA는 5일 크로우와 알드레드를 동시에 웨이버 공시했다. 제임스 네일과 함께 할 외국인 투수 한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선수를 로스터에서 모두 비워내야 했기 때문이다. 크로우는 공식적으로 서류상으로도 이제는 KIA 소속이 아니고, 제법 많은 투자를 했던 알드레드도 결국 포기했다. 대권 도전을 위해서는 알드레드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4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던 알드레드는 고별전도 하지 못한 채 다른 팀의 부름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일주일 내에 클레임이 없다면 규정상 알드레드는 올해 KBO리그에서 뛸 수 없다.
알드레드는 시즌 9경기에서 43⅔이닝을 소화하며 3승2패 평균자책점 4.53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235,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26으로 아주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서 KIA도 알드레드의 등판 내용을 신중하게 살폈다. 더 좋아질 여지가 있다면 또 모험을 거는 것보다는 알드레드를 안고 가는 게 나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알드레드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타자 상대로 너무 약했다.
알드레드는 좌완으로 KBO리그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팔 각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좌타자는 공이 등 뒤에서 날아오는 느낌을 받는다. 좌타자 몸쪽으로 붙는 싱커, 그리고 바깥쪽으로 크게 흐르는 스위퍼성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만으로도 좌타자 상대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올해 알드레드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50, 피OPS(피출루율+피장타율)는 0.385로 특급이었다.
반대로 우타자는 투구시 알드레드의 팔을 더 오래볼 수 있었고, 우타자 몸쪽으로 들어오는 스위퍼의 궤적은 좌타자가 볼 때보다 그렇게 위력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타자 몸쪽 제구를 다소 어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84, 피OPS는 0.801로 높았다. 당연히 상대 팀은 우타자를 집중 배치는 전략을 가지고 나왔다. 낯설음이 사라진 알드레드는 두산과 삼성전에서 고전하며 우려를 남겼다.
결국 KIA는 알드레드로는 포스트시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교체를 결정했다. 이 말은, KIA가 알드레드 이상의 투수를 확보했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KIA가 현재 메이저리그 출신의 좌완 에릭 라우어(29)와 협상하고 있다고 본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선수가 한국행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라우어는 KBO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은 선수였지만 지난해 종료 이후에는 한국에 갈 생각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량이 하락세라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밀워키 소속으로 10경기(선발 9경기)에 나가 4승6패 평균자책점 6.56에 그쳤다. 구속이 뚝 떨어졌다. KBO리그 스카우트들이 다소 우려한 대목이기도 했다. 2022년 평균 93.3마일(약 150.2㎞)이었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지난해 90.8마일(약 146.1㎞)까지 크게 떨어졌다. 몸에 분명 어떤 문제가 있지 않고서는 이 정도 구속 하락이 나오지 않는다. 올해 트리플A에서도 2022년 구속보다는 2023년 구속에 가까웠다.
올해 휴스턴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라우어는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지는 못하고 트리플A만 머물렀다. 올해 트리플A 성적은 11경기(선발 10경기)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5.09다. 타고투저 성향이 뚜렷한 퍼시픽코스트리그 성적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렇게 좋은 성적은 아니다. 라우어 또한 메이저리그 콜업이 기약이 없자 한국행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메릴 켈리, 브룩스 레일리, 크리스 플렉센, 에릭 페디까지 KBO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한 선수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눈에 들어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있기에 라우어도 이 루트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선수에게도 동기부여가 된다.
이처럼 최근 하락세지만 전체적인 메이저리그 성적은 지난해 리그를 폭격한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보다 오히려 낫다. 2016년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의 1라운드(전체 25순위) 지명을 받은 라우어는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데뷔 시즌에서 23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가 6승7패 평균자책점 4.34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2019년에는 30경기(선발 29경기)에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4.45로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밀워키로 이적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출전이 별로 없었으나 2021년 24경기(선발 20경기)에서 7승5패 평균자책점 3.19로 활약했고, 2022년에는 29경기에서 158⅔이닝을 소화하며 11승7패 평균자책점 3.69의 활약으로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를 수확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은 120경기(선발 112경기)에서 36승37패 평균자책점 4.30이다. KBO리그에 온 투수 중 20대 후반의 선수가 이 정도 경력을 가지고 있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라우어가 협상을 마무리짓고 도장을 찍는다면 경력만 놓고 봤을 때 역대급 선수가 KBO리그와 광주를 찾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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