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폭탄 발언, 동감하는 레전드 "올림픽 앞두고 여러 오픈 뛰더라, 그러면 회복하기 힘들다"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안세영(삼성생명)이 대표팀 은퇴를 시사해 충격을 안겼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허빙자오(9위)를 게임스코어 2-0(21-13, 21-16)으로 제압했다.
올림픽 첫 출전이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8강서 탈락하며 국제 무대에 호된 신고식을 했던 안세영은 3년 만에 셔틀콕 여제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석권했던 안세영은 이제 최고 무대인 올림픽에서도 최정상에 올랐다.
안세영은 대회 전부터 한국 선수단이 가장 기대하고, 확신하던 금메달 후보였다. 이런 분위기에 "부담이 크다"라고 밝히기도 했던 안세영은 차분히 한 단계씩 밟아나간 끝에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했다.
'낭만적인 엔딩'을 강조했던 안세영은 우승 직후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행복하다. 이제야 숨이 좀 쉬어지는 것 같다"라고 옅은 미소를 보였다.
이어 "지금까지 아시안게임 끝난 이후 부상 때문에 못 올라설 때가 가장 생각난다. 옆에서 개인 트레이너 선생님이 대표팀 코치진과 싸우고 울고 짜증내고 그랬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실감시켜주는 순간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매 순간 두려웠고, 걱정이 컸다. 숨을 못 쉬고 힘든 순간을 참아오다 보니까 이렇게 숨통 틀 수 있는 순간이 온 것 같다"며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이런 순간을 위해서 참았던 것 같다"라고 기뻐했다.
마냥 좋은 시간을 보낼 것 같던 안세영이었는데 갑자기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그는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때 많은 실망을 했다"며 "트레이너 선생님이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 눈치도 많이 보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미안한 마음이 있어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안세영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대표팀을 나간다고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건 야박하지 않나 싶다. 배드민턴은 단식과 복식이 엄연히 다르다. 선수들의 자격도 박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동안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알려지지 않았던 속앓이를 털어놨다.
이어 "우리 협회는 모든 걸 막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금메달 하나밖에 나오지 않은 걸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직격탄도 날렸다.
후배 안세영이 낸 목소리에 한국 배드민턴 레전드 방수현도 어느 정도 공감했다. 방수현은 안세영 이전 국내 유일했던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 리스트다.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우승 뿐만 아니라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1996 전영오픈 우승 등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이에 한국 단식 선수 유일하게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이날 파리 현장에서 안세영의 금메달 등극 순간을 해설한 방수현은 직접 만나 축하를 건넸다. 방수현은 "내가 올림픽 결승전을 치를 때보다 더 긴장한 것 같다. 너무 감개무량하다"며 "8강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전이 조금 힘들었고, 준결승은 쉽게 갈 거라고 봤는데 바람때문에 애를 먹었다. 오늘 결승은 1게임 이기면 쉽게 갈 것 같았다"라고 금메달을 예감했었다고 전했다.
안세영과 배드민턴협회를 둘러싼 불화와 관련해 "사실 우리 협회도 좀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에 서승재, 채유정도 살인적인 경기를 소화했다. 둘 다 열 경기정도 했으니까 선수들을 잘 보호해야 하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안세영과 대표팀 사이의 부상 대처 부분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부분이고 함부러 추축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국제배드민턴연맹은 16위 안에 있는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으면 5천 달러의 페널티를 물린다. 안세영도 사실 부상 이후에 조금 더 쉬었어야 했는데 올림픽 직전 인도네시아 오픈, 싱가포르 오픈을 계속 뛰지 않았나. 이러면 회복하는 데 힘들긴 하다"라고 공감했다.
전설의 눈에도 안세영은 이제 휴식이 필요하다. 방수현은 "지금 금메달을 땄으니 조금 쉬게 놔두는 게 낫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면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할 것"이라며 "일단 부상을 달고 지금까지 끌고 왔기 때문에 엄청 압박감도 있고,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라는 것보다 낭만을 즐겼으면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제 튀김 요리도 많이 먹고 잘 쉬면 마음 정리가 될 테다. 스스로 알아서 잘 하는 선수이기에 앞으로도 잘할 것으로 본다"라고 신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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