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운동하면 학교 성적이 오르는 다섯 가지 이유
엊그제 카페에서 지인들을 만났다. 파리 올림픽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새 올림픽 예찬으로 이어졌다. “88올림픽 덕에 우리나라가 선진 경제를 이뤘다” “국민 통합에 특효” 같은 칭찬이 이어졌다.
그러다 불쑥 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몇 해 전 퇴임한 분이 “운동하면 수능 성적이 오를까요?”라고 내게 물었다. 그는 고3 학생의 할아버지다. 나는 30년 넘게 ‘운동의 공부 향상 효과’를 연구하고 강의하는지라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확실히 그렇다. 최근 스포츠의학과 운동학 연구 결과를 참고해 다섯 가지 근거를 추려본다.
첫째, 운동하면 뇌 용적이 커진다. 특히 전전두엽(전두엽의 앞부분)과 해마를 크게 만든다. 이 두 곳은 학습 기능과 관계가 깊다. 학습 내용을 비교 분석하고 체계화해 저장한다. 측두엽 좌우 안쪽에 있는 해마는 공부한 내용을 잠시 기억해두는 기능을 한다. 그 후 중요한 내용을 추려 뇌 곳곳의 신경세포 시냅스(synapse)로 보내 장기 저장하도록 돕는다. 뇌가 커지면 더 많은 학습 용량을 저장하고 그 처리 속도도 빨라진다. 운동하면 뇌가 왜 커질까. 뇌의 혈류량과 산소량이 증가하고 영양 공급이 잘돼 뇌세포들이 증식하기 때문이다.
둘째, 운동하면 성장인자(growth factor)가 증가한다. 성장인자는 세포의 생성, 분열, 치유 등을 돕는 단백질 영양 인자다. 여러 성장인자 중 뇌 유래 신경 영양 인자(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공부 머리 형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이 영양 성분은 뇌신경 세포를 생성하고 신경세포의 시냅스끼리 학습 정보를 주고받도록 돕는다. BDNF는 뇌뿐 아니라 근육, 내장, 혈관 등에서도 만들어진다. 특히 운동 중 근육이 수축·이완할 때 BDNF가 더 많이, 더 빨리 생성돼 뇌로 흘러간다.
셋째, 운동하면 긍정적인 성향으로 바뀐다. ‘긍정 지수가 높을수록 학교 성적도 높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상식이 됐다. 긍정적인 성향일수록 학습 동기, 집중력, 문제 해결력이 강하다. 또 시험 불안이나 학업 스트레스를 잘 견디며 회복력도 강하다. 자기 효능감도 덩달아 커져 더 오래,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 운동하면 긍정 성향이 왜 커질까. 운동이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서다. 엔도르핀은 뇌에서 분비하는 ‘기분 좋은’ 화학물질이다. 긍정적 사고를 갖게 하고 수면의 질을 개선한다.
넷째, 운동하면 집중력이 향상된다. 집중력은 어떤 주제나 활동에 마음을 꾸준히 모으는 힘이다. 그 힘으로 정보를 이해, 기억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전문가들은 학교 성적이 나쁜 이유로 먼저 집중력 장애를 꼽는다. 집중력 장애는 우울증과 불안 장애 탓이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도 일종의 집중력 장애다. 운동하면 일반적 집중력 장애는 물론 ADHD까지 크게 개선된다. 운동이 도파민, 카테콜아민, 엔도르핀 등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서다. 뇌파에 좋은 변화가 생겨 집중력이 커진다.
다섯째, 운동하면 체력이 길러진다. ‘체력과 학교 성적이 정비례한다’는 최근 몇 년 연구만 수천편이 훌쩍 넘는다. 논문을 들춰보지 않더라도 경험상 잘 아는 일이다. ‘체력이 국력’이라지만, ‘체력은 학력’이기도 하다. ‘공부 체력’이란 말이 괜히 생겼을까. 오랜 시간 앉아 있으려면 체력은 절대 필수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약하다.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이 약하니 면역력도 약하다. 잦은 병치레하는 우등생은 없다. 체력은 0순위 학습 방략이다.
꿈은 이뤄진다. 그러나 노력 없이 꿈은 이뤄지지 않는다. 공부도 운동도 열심히 해 보자. 그러면, 운동 덕에 뜻밖의 성적 향상을 이룰 수 있다. 88올림픽 덕에 한국 경제의 놀라운 기적을 이뤄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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