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43] 파리와 에펠탑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2024. 8. 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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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뒤피, 파리와 에펠탑, 1936년, 종이에 과슈와 수채, 65 x 50.2 cm, 개인소장.

2024년 올림픽 개막식의 무대는 역사와 예술의 도시 파리였다. 선수단은 센강으로 입장했고, 성화는 에펠탑에서 타올랐으며, 서커스와 연극, 음악과 스포츠가 어우러진 공연은 노트르담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Raoul Dufy·1877~1953)의 파리 풍경을 보면, 아무리 공들여 무대를 꾸민들, 이처럼 수 세기의 세월을 켜켜이 간직한 도시 파리보다 더 매혹적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르망디의 항구도시 르아브르에서 태어난 뒤피는 학교를 다 마치지도 못하고 커피 수입상에서 일하다가 야간 미술 교습을 받으며 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 진부한 화풍에 머물던 뒤피의 눈을 뜨게 해준 곳은 물론 파리였다. 뒤피는 거기서 산뜻한 색과 가벼운 붓놀림으로 변화무쌍한 도시의 시시각각을 화폭에 담은 인상주의를 알게 됐고, 눈을 찌를 듯 강렬한 보색 대비로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를 만들어 낸 마티스의 야수주의에 매료됐으며, 사물을 조각난 파편처럼 자유롭게 그렸던 피카소의 입체주의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큰 영감을 준 건 파리였다. 돌과 유리로 지은 중세의 대성당과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에펠탑이 마주 보는 곳. 센강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다리 위로 청춘남녀가 거닐고, 승마와 요트, 발레와 오페라, 쇼핑과 산책을 즐기는 도시 파리는 한없이 밝고 즐겁고 행복한 세상이었다.

파리를 그린 그림은 많고도 많지만, 그 속에서 뒤피의 그림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인상주의의 경쾌한 색채, 야수주의의 대담한 형태, 피카소의 자유로운 구도에 파리에 대한 무한 애정을 더하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뒤피의 그림이 된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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