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허빙자오, 시상대서 준결승 ‘기권패’ 스페인 배지 들었다

정인선 기자 2024. 8. 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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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22·삼성생명)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설 때, 바로 옆 자리에 선 허빙자오(27) 손에는 은메달과 함께 작고 반짝이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허빙자오의 왼손에는 은메달이, 오른손에는 스페인 국기 모양 배지가 들려 있었다.

스페인 배지는 전날(4일) 자신과 준결승을 치르던 중 뜻밖의 부상으로 경기를 기권한 스페인 선수 카롤리나 마린(31)을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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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만큼 ‘빛나는 동료애’
중국의 허빙자오가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안세영에게 패해 준우승한 뒤 시상대에 올라 오른손과 왼손에 각각 스페인 국기 모양 배지와 은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파리/신화 연합뉴스

안세영(22·삼성생명)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설 때, 바로 옆 자리에 선 허빙자오(27) 손에는 은메달과 함께 작고 반짝이는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다름아닌 스페인 국기 모양을 한 배지였다.

세계 9위 허빙자오는 5일(현지시각)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1위 안세영에게 0-2(13:21/16:21)로 패하며 준우승했다. 허빙자오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네트로 다가가 안세영과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웃는 얼굴로 안세영의 우승을 축하했다. 뜨거운 승부 뒤 이어진 두 사람의 포옹에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중 관람객들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중국의 허빙자오가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안세영에게 패해 은메달을 확정한 뒤 안세영과 포옹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이어진 시상식에서 허빙자오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자신의 양손을 연신 내려다봤다. 허빙자오의 왼손에는 은메달이, 오른손에는 스페인 국기 모양 배지가 들려 있었다. 스페인 배지는 전날(4일) 자신과 준결승을 치르던 중 뜻밖의 부상으로 경기를 기권한 스페인 선수 카롤리나 마린(31)을 위한 것이었다.

마린은 게임 포인트 1-0으로 앞서던 2게임 중반, 10-8 상황에 허빙자오의 공격을 막아내던 중 오른쪽 무릎이 심하게 뒤틀렸다. 고통을 호소하고 코트 위에 쓰러진 마린은 결국 기권패를 선언하고 결승행 티켓을 허빙자오에게 넘겼다. 준결승전이 끝나고 허빙자오는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눈물을 흘렸다.

당시 허빙자오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데 너무 안타깝다. 내가 쭉 뒤지고 있었지만 계속 (역전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며 “ 상대 선수는 오늘 좋은 컨디션을 보였고, 승리에 대한 열망이 느껴졌다. 이런 부분을 내가 배워야 할 것 같다 ”고 말했다.

중국의 허빙자오(오른쪽)가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결승전 도중 상대 카롤리나 마린이 부상으로 쓰러지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의 ‘아에프페’(AFP)는 허빙자오가 마린을 존중하고 그의 정신을 결승전까지 가져간다는 의미에서, 스페인배드민턴협회에서 받은 배지를 지니고 시상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허빙자오는 시상식 뒤 “뛰어난 선수인 마린에게 미안하다. 시상식에 선 내 모습을 마린이 보길 바랐다. 그가 곧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허빙자오(왼쪽)가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딴 뒤 각각 금메달, 동메달 수상자인 한국의 안세영, 인도네시아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과 기념 셀피를 찍고 있다. 허빙자오의 손에는 스페인 배지(노란색 원 안)와 은메달이 들려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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