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정보요원 탈탈 털려도 政爭만 하나

배민영 2024. 8. 5.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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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간첩법으로는 간첩을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간첩법 개정 필요성이 이대로 묻혀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은 변함없었다.

이를 계기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에 이어 간첩법 개정 필요성을 화두로 던졌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이제라도 '간첩을 처벌할 수 있는 간첩법'을 만들자는 유력 정치인의 발언이 보여준 파급력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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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간첩법으로는 간첩을 처벌할 수 없다. 이 기막힌 법망 미비 실태를 널리 알리고 이를 바로잡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단 생각에 2022년부터 관련 기사를 써왔다. ‘21세기에 웬 간첩 타령이냐’는 반응이 적잖았다. 간첩이 일상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존재이다 보니 이해 못 할 반응은 아니었다. 하지만 간첩법 개정 필요성이 이대로 묻혀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은 변함없었다.

그렇게 2년이 흘러 군 정보요원들의 신상정보가 해외에 털리는 초유의 사태가 터졌다. 이를 계기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에 이어 간첩법 개정 필요성을 화두로 던졌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이제라도 ‘간첩을 처벌할 수 있는 간첩법’을 만들자는 유력 정치인의 발언이 보여준 파급력은 상당했다.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책임론’까지 더해지자 야당은 “거짓말 말라”고 맞받았다. 양당의 공방 속 간첩법이 일약 ‘핫이슈’가 됐다.
배민영 정치부 기자
간첩법은 형법 98조를 말한다. ‘적국’을 위해 간첩을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대한민국의 ‘적국’은 정전 상태로 대치 중인 북한뿐이다. 즉 현행법대로면 북한 빼고 어느 나라에 국가 기밀을 팔아넘겨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 이에 법 조문상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자는 것이 간첩법 개정 주장의 핵심이다.

역대 국회에서 번번이 법 개정이 불발됐다. 21대 국회에선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이 간첩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하며 잊혀가던 해당 법 개정 논의의 불씨를 살렸다. 민주당 홍익표·이상헌 전 의원이 뒤따라 발의했다. 김 전 부의장이 여당으로 옮기기 전이어서 민주당 발의 법안이 3건이었다. 국민의힘에선 조수진 전 의원이 발의했다.

다수당 소속 의원들이 낸 법안이니 통과될 것이란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그간 부작용이 우려되는 쟁점 법안도 강행 처리를 불사해 온 게 민주당이다. 그런데 간첩법 개정에 있어선 법원행정처의 신중 의견에 기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 일각에선 당시 법제사법위 회의록 일부를 제시하며 여당도 법 개정을 쉬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 개정을 염원하며 여야 논의를 초반부터 지켜봤던 국회 관계자들의 말은 다르다. “여당은 전원 찬성, 야당이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복수의 전언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까지 반대했던 의원이 있다”는 말을 들은 것도 여러 번이다.

기존 발의됐던 법안들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지만, 22대 들어 여야가 앞다퉈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해외 주요국처럼 정상적인 간첩법을 갖추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는 민심에 정치권이 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간첩법 개정은 100% 안보 문제다. 좌우 이념 논쟁과는 무관하다. 국가 안보의 허점이 드러난 마당에 여야가 서둘러야 할 법 개정을 팽개치고 ‘조선시대 당쟁’만 되풀이한다면 그땐 정말 국회 문패를 떼어야 할 것이다.

<간첩법 관련 기사>
 
▲[단독] ‘간첩 방지법’ 5년 만에 입법 재추진한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20814511222
 
▲외국에 국가기밀 유출해도 간첩죄 적용 못해… 해외선 엄벌 [심층기획]
https://www.segye.com/newsView/20220814510732
 
▲“법조계, 형법 개정에 보수적… 법사위원들도 소극적” [심층기획]
https://www.segye.com/newsView/20220814510729
 
▲‘간첩법’ 조만간 법사위 소위 상정 전망… 21대 국회 내 처리 마지막 기회
https://www.segye.com/newsView/20231101520019
 
▲‘적국 아닌 외국에 기밀유출’도 처벌… 與는 찬성, 野는 신중 ['간첩법' 이번 국회엔 통과될까]
https://www.segye.com/newsView/20231101519830
 
▲간첩법·이민청·국가배상법 … ‘韓 등판’ 힘입어 속도 낼까 [심층기획-‘한동훈표 법안’ 향배 주목]
https://www.segye.com/newsView/20231225507255
 
▲“국가기밀 탈취해도 ‘집유’ 솜방망이”… ‘외국 간첩행위 처벌법’ 한목소리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118515629
 
▲군 정보요원 신상 털리고서야 주목 받는 간첩법 개정 논의… 22대 국회선 가능할까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731505043
 
▲핵심기술 국외 유출·내정 간섭 노린 ‘인지전’도 간첩 처벌 추진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805518512

배민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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