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덕의우리건축톺아보기] 노트르담 대성당
佛 문화적 전통, 옛것 답습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시대정신 추구
우리와 다른 모습 배울 점 있어
지난 7월10일 국립고궁박물관 별관에서 ‘손상된 세계의 문화유산’이란 제목으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2008년 화재로 무너진 숭례문을 비롯해 2019년 불탄 일본의 슈리성과 프랑스의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관계자가 그들의 경험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슈리성은 오키나와에서 번성하다가 일본 메이지 정부에 의해 멸망한 류큐 왕국(1429∼1879)의 궁궐로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의 상징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숭례문 화재의 경험을 가진 우리에게 익숙한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이야기다.
1844년 약관 30살의 건축가 외젠 비올레르뒤크(1814∼1879)가 복구 책임자로 선정되었다. 그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연구하고 분석한 다음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한 이상적인 모습을 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13세기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보다 더 높고 더 뾰족하게 만든 새로운 첨탑이다. 2019년 불탄 첨탑이 바로 19세기 비올레르뒤크의 작품이다. 비올레르뒤크는 “옛 건축물을 복원하는 것은 그것을 보존하고 수리하거나 다시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에도 존재한 적이 없는 완결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가 생각한 ‘어느 시대에도 존재한 적이 없는 완결된 상태’는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구조와 공간 구성이다. 이러한 비올레르뒤크의 신념에 대해 동시대인이었던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1819∼1900)은 “옛 건축물을 복원하는 것은 한 건축물이 겪을 수 있는 전체적인 파괴일 뿐”이라며 반대했으나 비올레르뒤크의 방법론은 구조적 합리주의를 추구한 20세기 현대 건축에 영감을 주었다.
비올레르뒤크의 시대정신은 그 이후로도 파리에서 계속된다. 나폴레옹 3세 치하인 1853년부터 1870년 사이에 이루어진 파리 개조 사업에서 당시 파리시장이었던 조르주외젠 오스만(1809∼1891)은 중세로부터 이어지던 좁고 꼬불꼬불한 길을 넓히고 직선화하면서 상하수도망을 정비하고 가로등을 설치했으며 대규모 녹지를 조성했다. 이렇게 한 데에는 좁고 구부러진 길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저항하는 시위대를 진압할 군대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파리는 전염병이 창궐하던 중세 도시에서 위생적이고 편리한 현대 도시로 탈바꿈했다.
18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한 파리박람회 때는 에펠탑이 세워졌다. 당시 많은 사람이 석조 건축물로 가득한 고풍스러운 파리의 미학적 맥락과 300m 높이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반대했지만, 19세기 말 당시 하이테크 구조물인 에펠탑은 곧바로 파리의 상징이 되었다. 루브르의 피라미드는 어떤가. 1989년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일반에 공개된 이 작품은 1983년 미테랑 대통령의 의뢰를 받은 중국계 미국 건축가 아이엠 페이(1917∼2019)가 현대 건축의 상징인 철과 유리를 이용해 설계했다.
이와 같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의 문화적 전통은 옛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2020년 마크롱 대통령은 처음 공언했던 현대적인 디자인과 공법을 포기하고 19세기 비올레르뒤크 작품 그대로 복원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프랑스 정부가 선호했던 현대적인 디자인과 공법으로는 올가을 파리올림픽까지 노트르담 대성당 복구를 완료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화재 전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든 상태를 현대의 기술로 기록해 두었기에 화재 전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그 주변까지 아무것도 못 하게 한다는 오해와 원성을 듣고 있는 우리와는 너무 다른 프랑스의 문화적 전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옛것은 시뻐해서도 그 무게에 짓눌려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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