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어려운 ‘초열대야’…햇빛 강하지 않은데 무더운 이유는? [날씨+]

윤준호 2024. 8. 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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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만큼 더운 밤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최저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까지 관측됐다.

밤에도 최저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초열대야'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고온다습한 공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유입되기에 해가 지고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매일 열대야가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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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밤낮 안 가리고 고온다습한 남서풍 유입
이중 고기압 덮고 있어 열 못 빠져나가

낮만큼 더운 밤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최저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까지 관측됐다. 그런데 올해 여름 일조시간(햇볕이 지표에 내리쬐는 시간)은 최악의 폭염이 나타난 해로 꼽히는 2018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주시 이호테우해수욕장에서 더위를 식히러 온 주민과 관광객들이 해변을 걷고 있다. 뉴시스
5일까지 21일째 연속 열대야를 겪은 제주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최저기온이 오전 5시53분 기록된 28.8도였다. 제주의 평년(1991~2020년 평균) 7월 중순 최고기온(29.4도)과 맞먹을 정도의 높은 기온이지만, 올여름(6월 1일 이후) 전국 최저기온 중엔 상위 10위에도 못 든다.

전국 97개 기후관측지점의 올여름 최저기온 기록을 보면 강원 강릉과 속초에서 각각 2차례씩 총 4차례 일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이었다. 밤에도 최저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초열대야'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29도 이상, 30도에 육박한 경우는 5차례이다. 강릉이 3차례, 같은 강원도의 동해와 제주가 각각 1차례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은 4일까지 전국 평균 10.2일로, 2018년(20.5일)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는 현재 더위가 2018년 같은 ‘땡볕더위’라기보다 ‘찜통더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7월1일부터 8월4일까지 서울 일조시간과 일사량은 각각 273.5시간과 646.91MJ/㎡인데, 올해 같은 기간 일조시간과 일사량은 121.0시간과 473.78MJ/㎡에 그쳤다. 반면 7월과 8월 1~4일 전국 평균 상대습도는 2018년이 77%와 68%이고, 올해가 83%와 79%로 올해가 훨씬 높다.

강원 강릉지역에 지난달 19일부터 16일째 열대야가 나타난 가운데 자정이 넘은 4일 새벽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이 피서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사량과 습도에서 보듯 햇볕보다 북태평양고기압에서 부는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기록적인 열대야로 이어지고 있다. 고온다습한 공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유입되기에 해가 지고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매일 열대야가 나타나는 것이다.

남서풍은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한층 더 뜨거워진다. '푄 현상'이다. 이에 강릉 등 산맥 동쪽에서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밤 더위가 더 심하다. 특히 현재 한반도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덮고 있어 열이 들어오기만 하고 빠져나가지는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세계 기상 정보 비주얼 맵인 어스널스쿨로 확인한 지난 2일 오전 9시 한반도 주변 기온과 불쾌지수가 붉게 표시되고 있다. 어스널스쿨 캡처
또 대기 중 풍부한 수증기가 밤중 지표면에서 방출된 에너지를 대기권 내에 가둬 열대야를 부추기고 있다. 지구는 태양에서 받은 만큼의 에너지를 다시 우주로 내보낸다. 그런데 하늘에 구름이 많이 꼈거나 대기 중 수증기가 많으면 구름과 수증기에 의해 지구가 내뿜은 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이 차단된다.

현재 찜통더위를 일으킨 기압계에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발표한 15일까지 중기예보에서 기온은 아침 23~27도, 낮 30~35도로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일 체감온도는 최고 35도 내외까지 오르며 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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