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왕관' 물려준 방수현 "안세영, 이젠 겸손하지 않아도 돼"

박재연 기자 2024. 8. 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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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세영과 방수현

"저의 선수 때 결승전보다 더 많이 긴장했어요. 기쁘고 감개무량합니다."

한국 배드민턴의 '유일한 올림픽 단식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사라지게 됐지만, 방수현 해설위원의 표정은 누구보다 밝았습니다.

안세영(삼성생명)이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8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의 두 번째 단식 우승자로 서게 된 5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드라샤펠 아레나에서 만난 방 위원은 "제가 더 긴장을 많이 했다"면서 "오늘 첫 경기에서 이기면 쉽게 갈 거로 생각했는데, 안세영이 끝까지 잘 해줬다"고 칭찬했습니다.

이날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안세영은 허빙자오(중국)를 완파하고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방 위원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배드민턴 단식 종목을 제패한 뒤 그의 뒤를 잇는 후배가 나오기까지 28년이 걸렸습니다.

방 위원은 "세계선수권대회나 전영오픈 등에 더 많은 선수가 출전하고 톱 랭커들과 붙는 일도 많으니 경기 자체는 그런 대회가 더 힘들어도, 올림픽은 일반 경기와 다르다"며 안세영의 업적을 치켜세웠습니다.

"모든 국가의 대표 선수가 오고 선수촌에 다 들어오니 저도 선수로 올림픽을 치를 때 무척 긴장했던 기억"이라며 "일반 경기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대한민국을 짊어진단 생각에 더 긴장하고 압박감을 느껴 체력 소모도 2∼3배 크고, 부담감이 엄청나다"고 설명했습니다.

방 위원은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회견장을 찾아 압박감을 이겨내고 정상에 우뚝 선 후배를 직접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방 위원은 "안세영이 부상이 있는 채로 끌고 와서 더 압박감이 있고 힘들었을 것"이라며 "안 쉬는 게 안세영의 단점인데, 좀 쉬라고 얘기해줬다. 지금은 너무 멀리 생각하기보다는 본인이 낭만을 즐기고 싶다고 했으니 즐기고, 좀 쉬며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안세영이 평소 '아직 어리기에 전성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선 "금메달 땄으니 전성기죠"라며 "이제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며 웃었습니다.

그는 "단식에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아 매번 안타까웠다. 그럴 때마다 '방수현' 이름이 나오니 후배들에게 미안했는데, 이제는 안세영이 나와야 한다"면서 "저는 올림픽 금메달, 명예의 전당 등 할 것을 다 했고, 이제는 안세영으로 계보가 이어지면 된다"며 '안세영의 시대'를 선언했습니다.

한편 이날 금메달 획득 이후 안세영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되짚으며 무릎 부상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직격하고 국가대표 은퇴까지 시사하는듯한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 쾌거의 기쁨과는 별개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방 위원은 이와 관련해 "안세영과 얘기를 나눠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워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세계연맹에서 등급이 높은 대회의 경우 흥행을 위해 상위 랭커가 출전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 안세영이 부상 이후 쉬면서 해야 했는데, 이런 대회를 뛰면서 회복하기 어렵긴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이어 방 위원은 "복식 서승재의 경우에도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라도 변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박재연 기자 myki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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