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올림픽 안세영 없을 수도…"내 부상은 심각했다, 협회에 실망" 은퇴 시사 충격 (종합) [올림픽 NOW]

조용운 기자 2024. 8. 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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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시상대에 올라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안세영(22)은 오른쪽 다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로 코트로 나섰다.

지난해 10월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 천위페이(중국)와 경기.

18-16으로 앞선 1경기 후반. 누구도 예상 못한 돌발 변수가 출현했다. 안세영은 천위페이 푸시를 막기 위해 슬라이딩을 하다 오른 무릎이 코트에 쓸렸다. 결국 천위페이 공격이 코트에 꽂히고 18-17로 스코어가 바뀐 순간 갑자기 안세영이 주저앉았다.

▲ 안세영(가운데)이 중국의 천위페이를 상대하던 중 의료진에게 무릎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영은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메디컬 타임 동안 의료진과 얘기를 나눈 안세영은 다행히 경기 재개 의사를 보였다.

의료진이 안세영을 치료하는 동안 어머니 이현희 씨는 딸을 향해 ‘기권하라’고 소리쳤다. 딸이 금메달을 위해 달려온 세월, 그리고 흘린 수많은 땀방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딸의 건강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경기에 몰두했던 안세영은 이 말을 듣지 못했다. 결과적으로는 어머니의 소리를 듣지 않고 끝까지 뛰었다. 무릎이 불편한 탓에 점프 스매싱을 할 수 없었고, 수비 위주의 플레이로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2경기 들어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스매시를 위한 점프를 시도조차 못했다. 계속 좌우 구석을 노리는 공격만 시도했다. '한 발'로만 싸우는 인상이었다. 1경기에서 입은 무릎 통증 여파 탓인지 반응 속도가 급속히 느려졌다. 샷을 강하게 때리지도 못했다. 정상 컨디션의 안세영이 전혀 아니었다. 2-2에서 연속 5실점해 점수 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다. 5-12까지 끌려갔다.

▲ 안세영이 경기 종료 직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안세영은 결국 결과를 만들어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지난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나온 여자 단식 첫 금메달이다. 동시에 단체전에 이어 2관왕을 달성했다.

경기 뒤 안세영은 “(어머니의 얘기를 포함) 아무것도 안 들렸다. 그 얘기를 들었더라도 경기를 했을 것이다”라고 얘기했다. 투혼이었다.

안세영은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귀국 직후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검진을 받았고 무릎 근처 힘줄이 찢어졌다는 의료진 소견을 받았다. 힘줄이 끊긴 채 결승전을 치러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이에 따라 안세영은 짧게는 2주, 길게는 5주 동안 재활을 하게 될 전망이다. 전국체전에는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영은 한동안 재활과 치료에 집중했다. 하지만 무릎 부상으로 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부상 복귀전이었던 지난해 11월 일본 마스터스 대회에선 준결승에서 천위페이와 재회했다. 결과는 패배. 안세영은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어 중국 마스터스에선 16강에 탈락했다. 안세영으로선 충격적인 대회 결과였다.

그리고 지난 1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인도 오픈 여자 단식 8강전에서 부상으로 기권했다. 2세트를 소화하던 도중 기권하며 패배했다.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부상 이후 파리 올림픽에서 우승하기까지 안세영에겐 쌓인 것이 있는 듯했다.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이 끝나고 안세영은 한 말은 '부상'이었다.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 신나게 돌아가고 싶다"며 "올림픽 전에 부상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버티고 올라온 것 같다.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다. 부모님도 진짜 힘드셨을 텐데 여기까지 와서 딸 응원한다고 해주신게 이제서야 효도를 한 것 같아서 몸이 편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제 스스로 올라서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다음 챕터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정말 수고했다 세영아. 이제 숨 좀 쉬고 살자"고 말했다.

다음으로 취재진과 만난 자리. 안세영의 입에서 '폭탄 발언'이 나왔다.

먼저 안세영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행복하고요.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가장 생각나는 순간"을 묻는 말에 "지금까지 생각나는 순간은 제가 아시안게임 끝난 이후 부상 때문에 못 올라설 때, 옆에서 이제 수정 선생님이랑 또 로니 코치님이랑 진짜 싸우고 울고 짜증 내고 이랬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너무나도 실감해 주는 순간인 것 같다"고 답했다.

계속해서 "순간이 두려웠고 걱정이었고 그랬습니다. 근데 숨을 못 쉬고 좀 힘든 순간을 참다 보니까 이렇게 숨통 트고 이렇게 단호할 수 있는 순간이 오니까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이런 순간을 위해서 참았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세영의 입에서 대표팀 이야기가 나왔다.

"저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이것은 나올 수 없었고 그리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준 한 것. 저희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짧게 말하자면 정말 수정 선생님이 그냥 정말 저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너무 눈치도 많이 보시고, 너무 힘들 순간을 계속 보내게 한 것 같아서 그 미안함도 너무 많고…저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뛰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정이 언급한 '수정 선생님'은 한수정 트레이너. 2023년 7월 컨디셔닝 관리사로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올해부터 안세영의 전담 트레이너를 맡고 있다.

대표팀 은퇴를 언급한 것인지 묻자 안세영은 "이게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많은 실망을 해서…이건 나중에 자세하게 또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라고 했다.

이번 올림픽을 라스트 댄스로 생각했는지에 대해서는 "부상을 겪는 상황과 순간 대표팀에 너무 많은 실망을 해서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계속해서 기록을 위해 해나가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줄지는 모르겠다.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모든 상황을 다 견딜 수 있다.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해서 올림픽을 못 뛰는 것은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고 강도 높게 덧붙였다.

또 "우리 협회는 모든 걸 다 막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방임을 하고 있다.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른데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면서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고 직격했다. 단식만 출전한 안세영에게 단체전에 출전하지 않으면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한다고 한 것으로 해석된다

계속해서 안세영은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1개밖에 안 나왔다는 것은 돌아봐야 할 시점이지 않나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뛰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영은 세계 1위에 걸맞게 지난해부터 모든 타이틀을 챙기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한 차례도 없었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지난해 차지했고, 이에 힘입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과 여자 단식 금메달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아시아 정상에 올랐을 때도 많은 의미를 지녔다. 아시안게임만 봤을 때 안세영의 금메달은 1994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이었다. 더구나 개인 커리어에 있어 항상 괴롭혀왔던 숙적 천위페이를 단식과 단체전에서 모두 극복하면서 성장 드라마의 스토리까지 더했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선수가 올림픽에서 우승한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28년 만. 결승전 역시 28년 만이었다.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시상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메달을 차지한 중국 허빙자오, 안세영, 인도네시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 ⓒ연합뉴스

안세영은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시안게임, 올림픽,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이라며 "목표는 그랜드슬램"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허빙자오에게 막혀 8강에서 탈락했지만 더 큰 무대에서 설욕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걸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한국 배드민턴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7개 동메달 7개로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이어 종합 순위 3위에 올라 있다. 역대 올림픽 한 대회 최다 금메달은 2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남자복식 박주봉-김문수와 여자복식 황혜영-정소영이 우승했고,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서도 혼합복식 김동문-길영아, 여자단식 방수현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끝난 아시안게임에서 5년 전 노메달 수모를 씻고 금메달 2개(여자단식·여자단체), 은메달 2개(남자복식·여자복식), 동메달 3개(여자복식·혼합복식)로 마무리하면서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해냈다.

그러면서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을 필두로 이번 대회에서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목표로 닻을 올렸다.

이번 대회는 혼성 단체에서 김원호 정나은 조의 은메달에 이어 안세영의 금메달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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