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반이슬람 시위’ 극우 바람 타고 확산…스타머 총리 “법의 심판대 세울 것”
영국 어린이 댄스교실 흉기난동 사건으로 촉발된 반이슬람 시위가 격화하자 영국 정부는 이를 “극우의 폭력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을 선포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4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이민자 수용시설로 알려진 로더럼의 한 호텔이 공격당한 일을 언급하며 “이건 시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난폭한 폭력행위”라고 비판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소요 사태에 직접 가담했거나, 온라인상에서 (폭력을) 조장한 뒤 내뺀 모든 사람이 후회하게 만들 것”이라며 “극우 폭도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주 휴가 계획을 취소하고 관저에 남아 추가 대응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시위는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같은 날 오후 늦게 스태퍼드셔주 탬워스의 또 다른 이민자 수용 호텔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 시위대는 호텔의 창문을 부수고, 불을 질렀다고 가디언 등은 보도했다. 리버풀, 브리스틀, 맨체스터를 포함한 전국 곳곳에서 시위가 확산하면서 영국 경찰청장협의회는 지난 3일부터 주말 사이에만 14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전역에서 이처럼 폭력적인 시위가 벌어진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SNS가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폭력 사태를 조장하는 공간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유력 정치인들이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해 사용해온 반이민, 외국인 혐오 수사가 시위대의 폭력적인 행동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극우 성향인 영국개혁당의 정치적 약진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며 지지세를 넓혀온 영국개혁당(14.3%)은 지난달 총선에서 노동당(33.8%)과 보수당(23.7%)에 이어 득표율 3위에 올랐다. 칼라 데니어 녹색당 공동대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반이민 수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거나 이에 굴복해온 모든 정치인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반이슬람 시위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도 나타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반이슬람 시위대의 공격이 한 차례 휩쓸고 간 헐 지역 주민 50~100명이 시위로 어지러워진 거리를 청소하기 위해 모였다. 주민 로라 윌슨은 “(반이슬람 시위에) 혐오감을 느낀다”며 “우리는 모든 지역사회, 난민신청자, 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이들을 전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나섰다”고 BBC에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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