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부상 딛고 완벽 스매싱… “이제야 숨 쉬어져” [파리 2024]

남정훈 2024. 8. 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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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드민턴 ‘안세영 시대’
“긴장한 탓” 4강까지 1게임 내준 뒤 역전
결승선 페이스 되찾아 2게임 만에 끝내
철벽 수비에 드롭샷·헤어핀 ‘기술 끝판왕’
“협회, 무릎 부상 안일하게 생각해 실망
現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 것” 직격탄
세계랭킹 1위 ‘셔틀콕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과 허빙자오(중국·세계랭킹 9위)의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이 펼쳐진 5일(현지시간) 포르트드라샤펠 아레나. 평일 오전 경기임에도 경기장 주변은 한·중 양국의 자존심 대결을 보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중 양국 팬들은 안세영과 허빙자오를 향해 “대∼한민국”, “짜요∼짜요∼”를 외쳐대며 열광적인 응원전을 펼쳤다.
무적의 22살 ‘승리의 키스’ 안세영이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파리=남정탁 기자
안세영은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세계랭킹 6위)와 8강,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세계랭킹 8위)과 4강에서 모두 저조한 경기력으로 1게임을 내준 뒤 ‘약속의 2게임’부터 상대를 몰아붙여 역전승을 따냈다. 안세영은 그 이유에 대해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허빙자오와의 상대전적은 8승5패로 안세영의 우위지만 꿈에 그리던 올림픽 결승전이라 이전 두 경기보다 더 긴장이 많이 됐을 법했다. 시작부터 허빙자오에게 두 점을 내주며 또다시 1게임을 내줄까 우려됐지만 이날은 달랐다. 0-2에서 강한 스매시로 첫 득점에 성공한 이후 안세영은 곧바로 제 페이스를 찾아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며 허빙자오를 몰아붙였다. 전매특허인 상대가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게 하는 무한 수비에 간간이 터져 나오는 드롭샷과 푸시, 스매시로 허빙자오를 꼼짝 못 하게 만들며 1게임을 21-13으로 가볍게 따냈다.

‘약속의 2게임’에서 안세영은 이날 경기를 끝냈다. 11-11로 팽팽히 맞선 게임 중반, 안세영은 헤어핀과 하이클리어를 앞세운 수비에 상대의 빈 곳을 노리는 드롭샷과 스매시, 엔드라인 끝자락을 노리는 절묘한 푸시까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총망라해 단숨에 연속 5점을 내며 16-11로 달아나 승기를 잡았다. 안세영이 20-14로 금메달 포인트에 도달하자 ‘대∼한민국’과 ‘안세영’을 외치는 한국 팬들의 응원소리는 최고조에 달했다.

2-0(21-13 21-16) 완승으로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안세영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며 포효했다. 지난 4일 4강전을 승리한 뒤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낭만 있게 정상에 오르고 싶다”던 안세영은 낭만 있게 그 순간의 기쁨을 만끽했다. “짧은 세리머니였지만 충분히 낭만을 느낄 수 있었고, 참아 온 많은 것을 표출할 수 있었다”며 흡족해했다.
안세영이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결승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평소 상상하기를 좋아해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뒤에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상상하느라 잠도 못 자고, 몸이 굳은 적도 있다”고 말했던 안세영. 시상식에서 그간 상상만 했던 ‘금메달 세리머니’를 마음껏 펼쳐보였다.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을 깨물어 보기도 하고, 입도 맞췄다.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의기양양하게 어깨춤을 추며 이날 경기장을 찾아준 한국팬들의 박수와 함성도 유도했다. 이동 동선에서 만난 한국 팬들의 셀카 요청도 받아주며받아주는 여유도 보였다.

시상식을 마치고 환호하며 믹스트존에 들어선 안세영은 “꿈을 이뤘다.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 숨통이 트이고 환호하는 순간이 오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꿈을 이룬 생애 최고의 날이지만, 안세영은 믹스트존 인터뷰와 공식 기자회견에서 무릎 상태를 둘러싼 그간의 갈등을 폭발시키며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안세영이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결승 중국 허빙자오와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안세영은는 “무릎 부상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오진도 있었다. 그럼에도 내 무릎 상태를 안일하게 생각한 대한배드민턴협회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면서 “협회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선수들을 방임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현재의 대표팀과는 계속 가기 힘들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안세영과 대표팀 간 갈등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계기였다. 당시 여자 단식 결승에서 무릎을 다친 안세영은 부상 투혼으로 우승한 뒤 귀국하고 나서도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안세영 측 관계자는 “병원에서는 세영이에게 별다른 정보를 주지 않고 주사를 놓았고, 이후 아무런 처치도 받지 못한 채 집에 방치됐다”고 말했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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