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찍고, 응원 보내고…북한 선수단 ‘미묘한 변화’
복싱 임애지·방철미 서로 응원도
외신 “북, 국제사회 재합류 신호”
스포츠를 매개로 전 세계가 연결되는 올림픽에서도 남북한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경기장이나 선수촌에서 선수들끼리 교류하는 일도 거의 없다.
지난달 31일 탁구 혼성 단체전 시상식이 진행됐다. 임종훈과 신유빈이 3위, 리정식과 김금용이 2위를 차지하며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임종훈이 대표로 카메라를 들었고 신유빈, 북한, 중국 선수들이 영광의 순간을 ‘셀카’로 남겼다. 임종훈이 전하기론 북한 선수들과 별다른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그래도 북한이 촬영을 거부하지 않음으로써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함께 셀카를 찍는 특별한 장면을 만들었다.
여자 복싱 최초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임애지와 북한의 복싱 영웅 방철미는 복싱 여자 54㎏급에서 나란히 동메달이 확정됐다.
임애지는 “파리에서도 선수촌 웨이트장에서 만났는데 ‘힘내라’고 해서 ‘언니도 힘내세요’라고 답했다”며 “결승전에서 보자고 했는데, 둘 다 준결승전에서 떨어져 조금 아쉽다”고 전했다.
방철미와 함께 시상대에 서는 장면을 상상하던 임애지는 “혹시 방철미 선수를 시상식 때 안아도 되나요?”라고 기자들에게 물었다.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가 좋지 않은 쪽으로 이슈가 될까봐 염려한 것이다.
여자 기계체조 여서정은 앞서 3일 도마 결선에서 연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들어온 북한 안창옥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안창옥이 그냥 지나치면서 다소 무안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래도 여서정은 “제가 (인사할) 타이밍이 늦었다고 생각하겠다”고 웃어넘겼다.
올림픽에서 본 북한 선수단은 여전히 말이 없다. 그러나 소통의 문이 완전히 닫혀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함께 셀카를 찍고, 서로 힘내라고 응원했다.
BBC는 “북한 선수들은 한국 라이벌과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며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재합류하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파리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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