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따고 충격 발언' 안세영, 대표팀 은퇴 시사..."같이 가기 힘들지도, 협회가 방임 중"[파리올림픽]
[OSEN=고성환 기자] 셔틀콕 여제' 안세영(22, 삼성생명)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충격적인 발언을 터트렸다.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랭킹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대망의 결승전. 안세영은 허빙자오에게 2점을 먼저 내주면서 시작했지만, 곧바로 스매시로 반격했다. 허빙자오가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치며 포인트를 노렸다. 그러나 안세영도 드롭샷으로 따라가면서 힘차게 환호했고, 길게 넘긴 샷이 아슬아슬하게 코트 안쪽에 떨어지면서 6-5로 역전했다.
접전을 이어가던 안세영과 허빙자오. 점점 안세영이 흐름을 잡아나갔다. 그는 상대 범실에 힘입어 11-9로 인터벌을 맞이했고, 점프 공격으로 15-12를 만들었다. 안세영은 한 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초반과 달리 공격을 주도하면서 허빙자오를 괴롭혔고, 21-13으로 첫 게임을 마무리하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2게임에도 이변은 없었다. 안세영은 1게임과 달리 5-2로 앞서 나가며 초반 기세를 잡았다. 실수가 겹치면서 5-5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적극적인 공격으로 다시 8-5까지 도망갔다. 물론 허빙자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안세영은 허빙자오의 집중력 있는 수비에 당하면서 4연속 실점하며 11-11로 따라잡혔다.
하지만 안세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셔틀콕이 간발의 차로 네트 타고 넘어가는 행운까지 겹치면서 14-11로 치고 나갔다. 여기에 허빙자오가 아웃을 확신한 공이 판독 결과 아슬아슬하게 라인에 걸치면서 15-11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안세영은 이후로도 무섭게 몰아쳤고, 20-16에서 허빙자오의 마지막 샷이 라인 밖에 떨어지면서 금메달을 확정했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우승이 현실이 된 순간. 안세영은 그대로 코트에 쓰러져 기뻐했고, 김학균 감독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눈물을 훔쳤다. 그런 뒤에야 눈물을 닦아내고 코트에 무릎을 꿇은 채 크게 포효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생애 첫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배드민턴에 28년 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선수가 올림픽 단식 결승에 오른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처음이다. 또한 안세영은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 8강 탈락의 아픔을 지워냈다.
승자의 품격도 잊지 않았다. 안세영은 경기를 마친 뒤 허빙자오와 함께 서로 끌어안으며 축하와 위로를 나눴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칭찬을 건네기도 했다.
이제 안세영은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한 걸음만 남겨두게 됐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스스로 마지막 퍼즐이라 밝힌 올림픽까지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은 없지만, 머지 않았다.
금메달의 주인공 안세영은 양 팔을 높이 치켜올리며 시상대 맨 위에 올라섰다. 그는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메달에 입을 맞추며 셔틀콕 여제의 대관식을 알렸다. 안세영은 가장 높은 곳에 걸리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울려퍼지는 애국가를 따라 불렀다.
여기까진 완벽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믹스트존에서 폭탄 발언을 내놨다. '뉴시스'와 '뉴스1' 등에 따르면 그는 자기 부상 문제와 관련해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한 작심발언을 날렸다.
먼저 안세영은 "너무 행복하다. 이제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무릎 부상 때문에 많이 고생했다. 그 순간들이 기억 난다. 무릎한테 너 때문에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 뻔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라며 씩씩하게 웃었다.
하지만 안세영은 돌연 협회 운영을 저격하면서 대표팀 은퇴까지 시사하는 말을 꺼냈다. 그는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쉽게 나을 수 없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이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세영은 "한수정 트레이너가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 눈치도 많이 봤다. 힘든 순간도 보내게 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나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하고는 계속 (함께)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안세영은 대표팀을 은퇴하겠다는 말인지 묻는 취재진의 말에 "이야기를 잘 해봐야 하겠지만, 많이 실망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할 날이 오면 좋겠다"라며 "협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줄지 잘 모르겠다. 난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도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끝으로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올림픽을 못 뛰는 건 아닌 것 같다. 단식과 복식은 다르다. 단식만 뛴다고 선수 자격을 발탁하면 안 된다. 협회가 모든 걸 다 막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하고 있다"라며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금메달이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다. 돌아봐야 하는 시점이지 않나 싶다"라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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