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 브레이커’도 속수무책, 1300종목 신저가…시총 235조 증발
외인 1조4천억 매도 대형주 직격…삼성전자 7만1400원
닛케이 지수 12.4% 사상 최대 폭락 등 아시아 증시 ‘출렁’
5일 국내 증시는 역대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일시적 거래정지로도 국내 증시의 폭락을 막지 못했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에 230포인트 넘게 급락한 건 증시 개장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총 상위 10개 종목을 비롯해 유가증권시장의 상장사 99%가 하락 마감했다. 이날 하루만 코스피와 코스닥 합쳐 시가총액 235조원이 날아갔다. 코로나19 팬데믹과 9·11 테러 당시 급락했던 것보다 낙폭이 컸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하루 종일 고꾸라졌다. 한국거래소가 이날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한 코스피는 오후 2시54분쯤 전 거래일 대비 10.66% 급락한 2390.92로 미끄러졌다가 일부 낙폭을 만회해 전일 대비 8.77%(234.64포인트) 급락한 2441.55로 마감했다. 이미 개장 전부터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2600선이 깨졌고 장중 2500선 아래로 눌러앉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오후 2시14분쯤 8% 넘게 하락하며 코스피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20분간 거래 중단 뒤 재개된 이후에는 10% 넘게 추락하며 한때 2400선마저 무너졌다.
이날 하락폭은 코로나19가 충격을 줬던 2020년 3월보다 컸다. 2020년 3월13일 코스피는 하루에 133.56포인트 떨어졌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도 이날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미국 뉴욕 주요 증시 폭락과 함께 거품론이 부상한 반도체에 대한 악화된 투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로 옮겨졌다.
삼성전자는 이날 10.3% 하락해 7만1400원에 마감했다. 이는 13.76% 떨어진 2008년 10월 이래 최대 하락폭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9.87% 추락한 15만6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배터리 대장주로 묶이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도 각각 4.17%, 9.66% 하락 마감했다.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상장사들도 코스피에서 400여개, 코스닥에서 900개였다. 52주 신저가가 1000개 이상을 기록한 건 기준금리가 급격히 인상된 2022년 9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957개 중 924개가 하락 마감했다. 21개사가 거래 정지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단 12개만 제외하고 상장사 99%의 주가가 떨어진 것이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던진 건 외국인 투자자였다. 외국인은 1조420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2022년 1월27일(1조7055억원) 이후 가장 큰 순매도 규모다.
사상 최대 폭락은 이웃 나라도 비슷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 지수도 4451포인트(12.4%) 폭락해 사상 최대 일일 낙폭을 그렸다. 3836포인트 급락한 1987년 10월20일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은 수치다. 장중 오사카 증권거래소는 동일본대지진 직후인 2011년 3월15일 이후 처음으로 토픽스 선물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를 발동하기도 했다. 대만 가권 지수 역시 이날 전 거래일 대비 8.35% 하락하며 장을 마쳐 57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했다. 한 투자자는 “코로나19 때도 못 봤던 하락장이다. 오늘만 수천만원을 잃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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