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동아리’ 타고 대학가 파고든 마약
주요대생 등 14명 유통·투약 적발
클럽·호텔·뮤직 페스티벌 등을 무료 또는 저가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며 대학생들을 연합동아리로 유인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대학생 6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단순 투약에 그쳤다고 판단한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국내 서울·수도권 소재 주요 대학 13곳의 대학생들이 가입한 연합동아리에서 마약을 유통·투약한 14명을 적발해 주범 A씨를 추가 기소하고 임원 3명은 구속 상태로,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5일 밝혔다. 남은 8명은 전력·중독 여부 등을 고려해 조건부 기소유예했다. A씨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문화기획·친목 단체를 표방한 동아리를 만들어 호화 술자리·풀파티 등으로 회원을 모집한 후 이들이 마약을 접하게 유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저가로 클럽·고급호텔·뮤직페스티벌에 신입회원을 초대하고, 액상대마로 시작해 MDMA·LSD·케타민·사일로시빈, 필로폰·합성 대마 등 점차 중독성이 강한 마약으로 유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마약에 중독된 회원에게 웃돈을 붙여 마약을 판매했다. 이들이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해 한 해에만 1200만원 이상이었다.
이 동아리 회원 수는 약 300명으로 국내 대학생 연합동아리 중 두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에 중독된 기존 회원이 신입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단기간에 몸집을 키웠다. 회원가입은 A씨 등 임원진이 대면 면접을 거쳐 선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동아리 회원들은 다양한 마약에 손을 댔지만 가장 투약량이 많은 것은 LSD였다.
A씨는 “LSD가 우울증·중독 등에 효과가 좋다” “유명인들이 LSD를 즐겨 투약했다”는 식의 가짜 정보를 퍼뜨렸다. 동아리 임원인 B씨와 C씨는 A씨와 함께 종이 형태로 된 LSD를 기내 수화물에 넣어 제주·태국 등지로 운반해 투약하기도 했다.
A씨 등은 ‘공동구매’ 방식으로 마약을 샀다. 여러 명의 돈을 모아 준비한 마약대금을 텔레그램상의 마약 딜러에게 전달하고, 마약 은닉 장소를 전달받아 ‘던지기 매수’ 방식으로 마약을 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공동구매에 참여하지 않은 회원들에게 1회 투약분을 ‘소매판매’ 방식으로 넘겼는데, 이 과정에서 건별 5만~10만원가량의 마진을 남겼다.
검찰은 이들이 약 9000명이 가입한 마약 수사 대응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해 휴대전화 저장자료 영구 삭제, 모발 탈·염색 등 수사 대응에 활용한 것을 확인하고 범죄집단 조직 및 활동 혐의도 검토키로 했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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