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만 뛴다고 선수 자격 박탈하면 안 돼"...안세영, 28년만 금메달 후 작심 발언 → 대표팀 은퇴까지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런데 대표팀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셔틀콕의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부상 케어는 물론 단식과 복식 선수들의 엄연하게 다른 관리 측면까지 부족했던 대표팀의 준비 상황을 드러냈다.
안세영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을 2-0(21-13, 21-16)로 꺾고 시상대 맨 위에 섰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선수가 올림픽에서 우승한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28년 만. 결승전 역시 28년 만이었다.
안세영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림픽까지 1년 만에 3개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섰다.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시안게임, 올림픽,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이라며 "목표는 그랜드슬램"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허빙자오에게 막혀 8강에서 탈락했지만 더 큰 무대에서 설욕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걸었다.
허빙자오는 2018년과 2021년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동메달이 개인 최고 성적이다.
안세영과 상대 전적에서도 5승 8패로 열세. 하지만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안세영을 이긴 기억을 갖고 있었다.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슬로 스타터'인 안세영이지만 이 경기에선 1세트부터 전진 기어를 올렸다. 공세는 계속됐다. 허빙자오의 공격을 모두 막아 내고 날카로운 드롭샷을 허빙자오가 따라갈 수 없는 곳에 꽂아넣었다. 순식간에 21-13으로 1세트를 끝냈다.
허빙자오의 발이 무거워지면서 2세트에서도 안세영의 흐름이 이어졌다. 2-2에서 허빙자오의 대각 스매시를 받아 내고 득점을 올리며 허빙자오의 기를 꺾기까지 했다.
안세영의 기세는 가라앉지 않았다. 안세영은 2게임 역시 11-7로 허빙자오보다 먼저 분기점을 통과한 뒤 마침표를 찍었다.
안세영은 금메달이 확정되고 코트에 엎으려 감격적인 시간을 가졌다. 시그니처인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경기장 사방에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이후에는 관중들로부터 태극기를 건네받아 들고 뛰며 기뻐했다.
그런데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폭탄 발언을 했다. 안세영은 전부터 올림피기 끝나고 부상에 대해 자세하게 말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입은 무릎 인대가 찢어지는 부상 이후 후유증에 시달려왔다.
안세영은 이제서야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나을 수 없는 소견이었다"며 "그런데 대표팀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많이 실망했다"라고 무겁게 입을 뗐다.
그러면서 "트레이닝 선생님이 정말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 눈치도 많이 보시고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한 것 같다. 미안함이 너무 많아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 계속 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
대표팀 은퇴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이제 이야기를 잘 해봐야겠지만 많은 실망을 했다"며 "나중에 자세하게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마감했다.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안세영은 "부상이 정말 심각했다. 처음에 오진이 나왔던 순간부터 참고 경기를 해야 했다"며 "지난해 말에 다시 한번 검진을 해보니 많이 안 좋았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참고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옆에서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을 라스트 댄스로 생각했는지에 대해서는 "부상을 겪는 상황과 순간 대표팀에 너무 많은 실망을 해서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계속해서 기록을 위해 해나가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줄지는 모르겠다.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모든 상황을 다 견딜 수 있다"라고 강도 높게 덧붙였다.
또,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올림픽에 못 나가는 건 아닌 것 같다. 단식만 뛴다고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협회는 모든 걸 다 막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방임을 하고 있다.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금메달 하나밖에 나오지 않은 걸 돌아봐야 한다"라는 직설도 빼놓지 않았다.
은퇴 암시에는 목소리가 어두웠던 안세영은 금메달 기쁨을 말할 때는 다시 감정을 회복했다. 그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행복하고요.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습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가장 생각나는 순간"을 묻는 말에 "지금까지 생각나는 순간은 제가 아시안게임 끝난 이후 부상 때문에 못 올라설 때, 옆에서 이제 수정 선생님이랑 또 로니 코치님이랑 진짜 싸우고 울고 짜증 내고 이랬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너무나도 실감해 주는 순간인 것 같다"고 답했다.
계속해서 "순간이 두려웠고 걱정이었고 그랬습니다. 근데 숨을 못 쉬고 좀 힘든 순간을 참다 보니까 이렇게 숨통 트고 이렇게 단호할 수 있는 순간이 오니까 이보다 좋을 수 있을까요. 이런 순간을 위해서 참았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다음 목표를 묻는 말엔 "다음 목표는 최고 최대 이런 많은 기록들을 써내려가는 게 다음 목표가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안세영이 자신의 시대를 확실하게 열었다. 세계 1위에 걸맞게 지난해부터 모든 타이틀을 챙기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한 차례도 없었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지난해 차지했고, 이에 힘입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과 여자 단식 금메달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아시아 정상에 올랐을 때도 많은 의미를 지녔다. 아시안게임만 봤을 때 안세영의 금메달은 1994 히로시마 대회 방수현 이후 29년 만이었다. 더구나 개인 커리어에 있어 항상 괴롭혀왔던 숙적 천위페이를 단식과 단체전에서 모두 극복하면서 성장 드라마의 스토리까지 더했다.
이제는 올림픽 금메달로 명실상부 셔틀콕 여제로 남으면서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최고의 자리로 우뚝 섰다. 이런 재능이 계속해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리 수 있는지 여부는 협회 및 대표팀의 변화 의지에 달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의 최애를 '천만 스타'로…스타덤, K컬처 소통 창구 '주목' - SPOTV NEWS
- 지연♥황재균, '거짓말'이 소환한 이혼설…길어지는 침묵, 커가는 의심[이슈S] - SPOTV NEWS
- 이혜성 "서울대 입학하고 35kg로 감량→폭식·운동 반복"('세바시') - SPOTV NEWS
- 여에스더, 초미녀 의사 며느리 최초 공개…"착하고 현명"('가보자고2') - SPOTV NEWS
- "축구협회는 보고 배워라" 올림픽 금메달에 축구협회 향한 팬들 비판 '속출'...대체 왜? - SPOTV NEWS
- 양재웅♥하니, 환자 사망 4일 후 결혼 발표…'악플 연좌제' 이유[이슈S] - SPOTV NEWS
- "쌍욕하고 매니저 따귀" 박슬기, 갑질 피해 고백 후폭풍…'실명 폭로' 편집[이슈S] - SPOTV NEWS
- '최동석과 이혼조정' 박지윤, 제주도집 이사했다 "앞으로 좋은 일만" - SPOTV NEWS
- '적십자 표장 무단 사용' (여자)아이들, 대한적십자사에 5000만원 기부 - SPOTV NEWS
- 로다쥬, '어벤져스' 시리즈로 돌아온다…아이언맨→빌런 복귀로 충격 - SPOTV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