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나무 그늘이 좋은 천상의 나무

나무 그늘이 절실한 계절이다. 너른 그늘을 지으려면 나뭇가지를 넓게 펼쳐야 하고 잎도 무성해야 한다. 자연히 그늘이 좋은 나무는 전체 수형까지 아름다운 나무일 수밖에 없다. 그런 나무로 가죽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가죽나무는 곧은 줄기가 일정한 높이까지 뻗어오른 뒤 가지를 넓게 펼쳐서 장엄한 느낌을 준다. 게다가 가지마다 무성히 돋아나는 잎도 더위를 날려버릴 듯 시원스럽다. 하나의 잎자루에서 13~25장씩 돋아나는 홑잎(단엽)은 제가끔 길이 12㎝까지 자라나서 바람에 살랑이며 최상의 그늘을 지어낸다. 가죽나무 그늘은 분명 여느 나무 그늘 못지않게 훌륭하다.
중국이 원산지인 가죽나무는 우리나라에 오래전에 들어온 나무로, 참죽나무와 비교해 ‘가짜 참죽나무’라는 조금은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가졌다. 하지만 영미문화권에서는 생김새가 아름다워 ‘천상의 나무(Tree of Heaven)’라고도 부른다.
너른 그늘을 짓는다는 점이 가죽나무의 특징이지만, 그게 도시에서는 치명적 단점이기도 하다. 길게 뻗은 나뭇가지가 부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성한 나뭇가지가 삽상한 그늘을 드리우지만 도시의 교통이나 행인에게 위협 요인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한때 가로수로 심었던 가죽나무들이 차츰 퇴출되는 상황이다.
비교적 수명이 길지 않아 오래된 가죽나무를 찾기는 어렵다. 산림청 보호수로 지정된 가죽나무는 전국에 2그루밖에 없는데, 그중 한 그루가 서울 도심의 한복판에 있다. 경의중앙선 수색역 주차장에 서 있는 ‘서울 수색동 가죽나무’가 그 나무다. 원래 2그루가 있었는데, 한 그루는 4년 전 태풍에 쓰러졌다.
지금 남아있는 ‘서울 수색동 가죽나무’는 생육 상태도 건강하고 나뭇가지를 동서 방향으로 9.3m, 남북 방향으로 6.9m나 호방하게 펼치며 전형적인 가죽나무의 모습을 갖췄다. 바로 곁에는 높은 건축물이나 조형물이 없어, 실제 나무 높이인 18m보다 더 높아 보인다. 도도한 위엄을 갖추고 도시의 풍광을 압도하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나무다.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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