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고 함께 가는 인간, 예술로 승화… 공생공존을 그리다
화업 전반서 사람에 관한 애정 드러내
대표작 ‘군상’ 등 ‘인간시리즈’ 집중 조명
회화·도자기화 등 작품 100여점 전시
9월 8일까지 가나아트센터서 진행
동백림사건 투옥 겪고 군중 주제 천착
“진정한 예술가, 대중 편에 서야” 설파
인간·평화·통일 등 메시지 작품에 담아
디자인·민속공예 등까지 폭넓게 활동
1950년대까지 고암은 서민들의 생활상을 증언하는 방식으로 화폭에 인간을 담았다. 프랑스 파리에 정착한 1960년 이후에는 한동안 콜라주, 문자추상작업 등으로 추상화면을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이 시기 그의 작품 속 인간은 정치적, 사회적 의미가 배제된 채 추상화된 풍경의 일부, 혹은 ‘구성’ 연작의 상형기호로 등장할 뿐이었다. 그러다 2년 반의 수감생활을 거치면서 사회적 약자, 정치적 상황과 삶의 관계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림이 인간과 사회에 대한 발언을 해야 한다고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자각을 계기로 ‘인간’과 함께 ‘평화’, ‘통일’ 등의 메시지가 그의 작품에서 출현한다.
이로 인해 고암의 밥풀조각은 안양교도소로 이감된 이후 제작된 것이라 여겨져 왔으나,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부조 뒷면에 ‘재료(材料) 먹다가 남은 밥과 그리다가 바린(버린) 창호지(窓戶紙) 외피지(外皮紙)를 사용(使用)한 것이다. 68(년) 시월(十月) 대전(大田)에서 이응노 창작(創作)’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그가 이미 대전교도소 수감 시절(1968년 8월3일~1968년 12월23일)부터 밥풀조각을 했음을 알 수 있다.
1980년 파리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소식을 접한 이응노는 “지금까지 추상만 해왔다. 그러나 ‘군상’부터는 구상으로 바꿔서, 이 혼란한 시기에 좀 더 명료하게 평화, 남북통일 등의 염원을 좀 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다짐하며 작업에 큰 변화를 꾀했다.
추상보다는 구상작업, 그중에서도 인간시리즈, ‘군상’ 연작이 사회적 발언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암은 ‘인간시리즈’를 두고 통일무(統一舞)라고 말했다. 통일된 광장에서 환희의 춤을 추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군상’ 연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춤을 추는 형태나 손에 악기를 들고 있는 모습, 상모돌리기가 연상되는 형상이 관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200호 이상의 대형 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전면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빼곡히 그려 넣어 집단적 움직임을 표현했다. 고암은 ‘군상’의 주제가 광주민주화운동에 국한되지 않고 인류 보편의 가치가 되기를 바랐다. ‘군상’ 속 사람들이 성별, 인종, 나이 등을 가늠할 수 없는 익명 형태인 이유다. 각기 다른 몸짓으로 모여 ‘반전(反戰)’, ‘평화(平和)’와 같은 문구를 이루기도 한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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