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달라” 펑펑 운 김주형

김경호 기자 2024. 8. 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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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형이 5일 르골프 나쇼날에서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골프 경기를 마친 뒤 눈가를 훔치고 있다. 생캉탱캉이블린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골프 시작 후 이런 감정은 처음
손흥민 선수 눈물 알 것 같아”
첫 출전서 8위…한국 최고 성적
여자부 “리우의 영광 재현 도전”

김주형은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골프 최종라운드 18번홀(파4)에서 마무리 퍼트를 성공한 뒤 오른손을 가슴에 얹었다가 검지로 하늘을 향하는 감사의 제스처를 보였다.

이어 같은 조에서 플레이한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격려의 인사를 나눈 뒤 어깨동무를 한 채 퇴장하면서부터 김주형은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 김주형은 “골프를 시작한 뒤 경기 끝나고 이렇게 운 적이 없다”며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이런 감정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다. 올림픽이 뭔지 잘 느꼈다. 올림픽을 마치고 나니 손흥민 선수가 왜 그렇게 많이 우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현지 인터뷰에서 “올해 내가 어떻게 해왔는지 잘 알고 있는 셰플러로부터 우정 어린 말을 들으니 감정이 터져나왔다”며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더 이상의 대화는 말하기 어렵고, 그와 나눈 감정은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대표가 된 뒤로 큰 책임감을 느꼈고, 지난 2주 동안의 준비는 매우 힘들었다. 모든 게 끝나고 나니 올 한 해 품고 있던 감정이 쏟아져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김주형은 이번 올림픽에서 나흘 내내 60대 타수(66-68-69-68)를 치며 줄곧 선두경쟁을 펼친 끝에 8위(13언더파 271타)로 마쳤다. 선두와 4타 차 공동 6위로 출발한 최종라운드에서는 8번홀까지 4타를 줄이며 우승경쟁을 벌였으나 11번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하며 상승세가 꺾인 게 못내 아쉬웠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안병훈이 기록한 공동 11위를 넘어 한국 남자 골프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둔 김주형은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 스타로 한층 더 성장했다. 이전까지는 열성 골프팬들만의 응원을 받았지만 국가대표로 세계 최고 선수들과 대등하게 겨루면서 골프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로부터도 폭넓은 사랑을 받는 스타로 입지를 굳혔다.

2024 파리 올림픽은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몰아치고 우승한 셰플러의 황제 대관식이었다. 마스터스를 포함한 올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6승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한 셰플러의 기세에 토미 플리트우드(영국),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2, 3위로 밀렸다.

22살 청년 김주형에게는 앞으로 많은 기회가 기다리고 있다. 김주형은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2028년 LA 올림픽을 내다보면서 “이번에 태극마크를 달아서 정말 좋았다. 다음에 또 나라를 대표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제 여자 선수들이 7일부터 나흘간 금메달에 도전한다. 남자와 같은 코스지만 마지막 18번홀(파4)을 파5로 늘려 파72로 진행된다. 한국은 세계 3위 고진영, 4위 양희영, 12위 김효주가 출전해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박인비가 이룬 금메달 영광 재현에 도전한다. 양희영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오니 올림픽에 온 게 실감난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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