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보는 것 같았다, 도경동의 짧고 강렬했던 활약”
“선수 때 본 심판 특성 분석했더니
득점 판정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
김준호(30·사진)는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주연은 3명이 맡았고 김준호는 교체 선수였다
그러나 딱 한 번에 시선을 강탈했다. 이탈리아와의 결승전, 35-20으로 앞서던 8바우트에 김정환 대신 투입돼 처음으로 피스트를 밟은 김준호는 상대를 5-1로 눌러 40-21로 점수 차를 벌리면서 금메달을 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3년이 지난 2024년 김준호는 해설가로 파리 올림픽을 찾아 대한민국 펜싱팀의 경기를 지켜봤고 중계했다. ‘뉴 어펜저스’로 불린 남자 대표팀은 지난 1일 금메달을 땄다. 헝가리와의 결승전에 3년 전 김준호와 똑같은 선수, 도경동(25)이 있었다.
한 번도 출전하지 않던 도경동은 헝가리와의 결승전 7바우트에 구본길 대신 처음 피스트에 올라 30-29를 35-29로 만든 활약으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장에서 경기를 해설한 김준호는 도쿄에서 자신의 모습과 똑같았고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도경동의 활약을 가장 먼저 눈에 담았다. 선수 시절, 함께 숙소를 쓴 룸메이트였던 도경동은 대회 전에도, 대회를 시작한 뒤에도 선배 김준호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김준호는 “경동이에게 개인전을 못 뛰지만 단체전 한 경기에서 너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네 역할이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부담을 크게 갖고 있었다”며 “그러면 100% 안 된다고 빨리 생각을 경기 전까지 바꿔야 된다고, 그 얘기를 정말 많이 했는데 그렇게 완벽한 경기를 할 줄은 몰랐다”고 이번 대회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올해 은퇴하고 소속팀 화성시청에서 플레잉코치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김준호는 해설가로서 참가한 첫 올림픽에서 ‘AI 해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사브르는 상반신 찌르기와 베기까지 허용돼 동시공격이 많아 판정 전까지 관중이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득점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데 ‘해설가 김준호’가 “늦었다”거나 “빨랐다”고 미리 알려주는 족족 그대로 판정이 나왔다.
김준호는 “첫 해설이라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감사하게도 판정이 내 얘기대로 잘 맞아떨어졌다”며 “준비하면서 심판 분석을 많이 했다. 선수 때 계속 같이했던 분들이라 이런 심판은 이런 동작에 득점을 많이 준다 안 준다 하는 것들을 알고 있다. 그 부분을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준호는 이제 소속팀의 코치로, 은우·정우 아빠로 돌아간다. 마음은 아직, 영원히 어펜저스와 함께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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