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 이용훈이 찜한 오페라 '오텔로'...지휘자 "베르디는 극장의 남자, 드라마에 딱 맞는 음악"
1막부터 몰아치는 대규모 합창 압도적 스케일
[파이낸셜뉴스] 세계적인 성악가 이용훈이 지난해 10월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이후 약 10개월 만에 다시 고국 무대에 선다. 애초 그가 계획했던 한국 ‘데뷔’ 무대 ‘오텔로’를 통해서다.
예술의전당이 오는 18일~25일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 오페라 ‘오텔로’를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유명 오페라 연출가 키스 워너가 2017년 로열오페라하우스 시즌 작품으로 선보인 공연으로, 독창적인 해석과 상징적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작품에서 주역 오텔로를 맡은 이용훈은 5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케줄이 맞지 않아 고국 데뷔가 많이 미뤄졌는데, 만약 하게 된다면 뭘 할까 생각했을 때 ‘오텔로’를 떠올렸다”며 “이렇게 훌륭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훌륭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작년에 ‘투란도트’는 마침 제 스케줄이 딱 2주 비어있을 때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시차도 적응 못하고 와 노래만 하고 들어갔다. 이번 공연은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이 부임하자마자 제의해주셨다. 아티스트, 지휘자 등 생각한 것들이 현실화돼서 개인적으로 무척 기대된다”고 부연했다.
한국 데뷔 작품으로 왜 '오텔로'였을까? 그는 "'오텔로'는 하룻밤에 세 개의 오페라를 부르는 것과 같을 정도로 어렵다는 평이 있지만 매력이 큰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백인 유럽인들이 장악한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동양인 성악가로서 느낀 감정을 오텔로 캐릭터에서 비슷하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를 바탕으로 한 ‘오텔로’는 질투와 오해로 파멸하는 흑인 장군 오텔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텔로는 유색 인종으로서 높은 지위에 오르나 그 역시 콤플렉스가 있는 나약한 인간으로 부하 이아고의 계략에 빠져 사랑하는 아내를 의심하면서 비극으로 치닫는 인물이다.
이용훈은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 데뷔할 당시를 떠올리며 “2007년 전후만 해도 동양인 성악가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며 “그때 제가 러브콜을 받고 갔고, 그 배역의 퍼스트 캐스트였는데 첫 2주 동안 제가 아닌 커버인 이탈리아인 성악가를 리허설에 참여시키더라. 나는 혼자 호텔에서 연습했다”고 돌이켰다.
“(유색인종 장군) 오텔로 역시 나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강한 장군 같지만 내면엔 굉장히 소심하고 연약한 부분이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아내에 대한 사랑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루마니아 출신 테오도르 일린카이와 함께 오텔로를 번갈아 공연한다. 그는 “오텔로의 다양한 감정을 목소리로 표현하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 한국 관객이 비록 이태리어를 모든다고 할지라도 소리를 통해 저 사람이 저렇게 괴롭고 화가 나 있고, 또 이렇게나 사랑하고 질투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그런 점이 다른 오텔로와 차별화가 될 것"이라고 비교했다.
오텔로의 아내 데스데모나 역을 맡은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홍주영은 이날 남다른 인연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첫 내한한 바센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용훈, 지휘자 카를로 리치 등과 작업하게 돼 영광이라면서 "홍주영과 다시 만나게 된 것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13년 베르디국제콩쿠르에 함께 참가해 수상했다.
바센츠는 또 독일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 성악가 친구와 우정을 나누고 '오텔로'도 같이 한 적 있다면서 "이번에 한국에 오면서 고인이 된 그 친구가 유난히 그리웠다"고 부연했다.
국내에서 국립오페라단 '라 보엠'의 미미 역할로 존재감을 과시한 홍주영은 “평소 꿈꾸던 역할을 예술의전당과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코벤트가든의 프로덕션으로 하게 돼 굉장히 영광이다. 또 세계적인 지휘자 카를로 리치와 함께할 음악을 생각하니까 매일매일 흥분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또 바센츠와의 인연에 대해 "베르디콩쿠르에서 맺은 인연이 11년이 지난 지금, 베르디 작품으로 연결돼 굉장히 흥분된다”고 화답했다.
지휘자 카를로 리치는 '오텔로'에 대해 “베르디의 작품이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르디는 극장의 남자다. 베르디 작품의 모든 음악은 그저 아름다운 음악이 아니라 그 드라마에 딱 맞는 음표를 쓴다"라고 말했다.
스케일 또한 남다르다. 성인 합창단 80명과 어린이합창단 14명이 1막부터 등장해 오텔로의 배가 터키 함대를 물리치고 무사히 키프로스 섬으로 귀환하기를 염원하는 합창을 부른다. 바다의 폭풍을 묘사하는 장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남다른 규모의 합창은 이번 공연의 백미 중 하나다.
리치는 "1막에 나오는 음악은 마치 페라리가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준다. 베르디 오페라가 갖고 있는 드라마성과 아름다움을 잘 살려주는 게 제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오페라는 성악가가 없으면 오페라 역시 없다. 마치 명차마다 각각의 특별한 목소리를 갖고 있듯, 성악가들의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로 인식하고 그들이 갖고 있는 다름과 강점을 잘 끌어내고 표현하는 것이 오페라 지휘자가 갖춰야할 미덕"이라고 말했다.
한편 예술의전당 장형준 사장은 "작년 오페라 '노르마'에 이어 로열오페라하우스의 비교적 최신작이자 평단의 극찬을 받은 '오텔로'를 기획해 선보이게 됐다"라며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한국에서 세계적 수준의 오페라를 볼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페라 #예술의전당 #이용훈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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