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총리, 사임 후 인도로 도피…군부 "임시정부 구성"

정혜인 기자 2024. 8. 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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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5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히며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인도로 대피했다.

방글라데시는 현재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대한 반발로 국가 탄생 이래 최악의 시위 사태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달 16일부터 정부의 '독립 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시작됐고,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시위는 하시나 총리의 퇴진 요구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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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제' 반정부 시위 여파
"하시나 총리, 헬기 이용해 인도 아가르탈라로 도피"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 /AFPBBNews=뉴스1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5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히며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인도로 대피했다. 방글라데시는 현재 독립 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대한 반발로 국가 탄생 이래 최악의 시위 사태에 직면한 상태다.

AFP·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와케르-우즈-자만 방글라데시 군 참모총장은 이날 TV 연설을 통해 하시나 총리의 사임과 도피 사실을 밝히며 "나는 모든 책임을 지고 있다. 임시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설에서 "(반정부 시위로) 국가는 많은 고통을 겪었다. 경제는 타격을 입었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이제 폭력을 멈춰야 할 때"라며 "내 연설이 끝나면 상황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 정부 구성을 위해 주요 야당 및 시민사회 단체와 회담을 했다고 전했다. 다만 하시나 총리가 소속된 집권당 아와미 연맹과의 회담은 없었다고 했다.

외신은 2007년 사례를 언급하며 방글라데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군은 2007년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2년간 군이 지원하는 과도정부를 세운 바 있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5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헬기를 타고 인도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은 하시나 총리의 헬기 탑승 추정 모습 /영상=X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하시나 총리는 이날 수도 다카의 총리 관저를 빠져나와 여동생과 함께 헬기를 타고 인도로 도피했다. AFP 소식통은 "하시나 총리는 먼저 자동차로 총리 관저를 빠져나갔고, 이후 목적지는 밝히지 않은 채 헬기로 이동했다"고 전했고, CNN 뉴스 18은 "하시나 총리가 탑승한 헬기는 인도 북동부 트리푸라 주 아가르탈라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TV영상에는 하시나 총리의 사임과 인도 도피 소식이 전해지자 수천 명의 시민이 다카의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시위대 일부가 총리 관저를 습격해 구호를 외치고,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를 만끽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위대는 "그녀(하시나 총리)는 나라를 떠났다"고 외치고, 하시나 총리의 아버지인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방글라데시 초대 대통령)의 동상 위로 올라가 도끼로 동상의 머리를 찍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5일(현지시간)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의 사임을 반기는 반정부 시위대 /로이터=뉴스1


방글라데시 정부는 독립유공자 자녀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 지난달 16일부터 정부의 '독립 유공자 후손 공직 할당제'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시작됐고,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시위는 하시나 총리의 퇴진 요구로 번졌다. 이후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은 격화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만 3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하시나 총리는 올해 1월 선거에서 승리하며 2009년 이후 5번째 총리직을 수행해 국제사회에서 대표적인 장수 여성 국가 지도자로 꼽힌다. 그는 방글라데시 '건국 아버지'로 불리는 라만 초대 대통령의 장녀이기도 하다. 그는 1996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처음으로 총리 자리에 앉아 2001년 7월까지 총리직을 유지했지만, 경제 파탄과 부정부패 등으로 실각했다. 이후 2008년 총선에 재도전해 승리했으며, 2009년부터 지금까지 총리 자리를 지켜 방글라데시 사상 가장 오랫동안 총리를 지낸 정치인으로 기록됐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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