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절반의 성공' 김주형, 4년 후 실컷 눈물 쏟기를

방민준 2024. 8. 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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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남자골프에 출전한 김주형 프로가 최종라운드에서 경기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난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근교 르 골프 나쇼날코스(파71)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골프 남자 최종라운드를 마친 뒤 김주형(22)이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를 위해 믹스트존에 들어선 그는 한동안 입을 열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눈물이 잦아들자 "첫 올림픽 출전이었는데 이렇게 감동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메달을 못 따서가 아니라 많은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흥민 선수가 왜 그렇게 자주 우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고도 털어놨다.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세계 각지를 떠돌며 '노마드' 생활을 해온 그로선 조국을 대표해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동반 라운드를 한 세계랭킹 1위인 미국의 스코티 셰플러(28)가 자신과 같이 공동 6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했으나 막판 대역전극을 펼치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지켜본 그로선 많은 감정이 회오리쳤을 것이다.



 



스코티 셰플러와는 여섯 살 차이가 나지만 생일(6월21일)이 같아 형제처럼 가까이 지내는 사이다. 



 



지난 6월 24일 미국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리버 하이랜즈GC에서 열린 PGA투어 시그니처 대회인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두 선수가 동타(22언더파)를 쳐 연장전을 치르는 장면은 골프 팬들에게 매우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대개는 연장전에 들어가면 긴장해서 의례적인 인사만 나누는 어색한 모습을 보이는데 두 선수는 연장전을 치르는 사이 같지 않게 많은 얘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은 생일만 같은 게 아니라 집도 텍사스 댈러스로 자주 만나 성경 공부도 하고 생일에는 피자집에서 파티를 열 정도다. 연장전에서 김주형은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보기를 범해 파 세이브에 성공한 셰플러가 우승을 차지했다. 승부가 결정 난 뒤에도 두 선수는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하는 흐뭇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파리올림픽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두 선수는 많은 대화를 나누며 경기를 펼쳤다. 셰플러는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잡아내 '데일리 베스트'인 9언더파 62타를 치며 최종합계 19언더파로 토미 플리트우드(영국)에 1타 앞서 대역전 우승했다.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17언더파)가 3위, 빅토르 페레즈(16언더파, 프랑스)가 4위, 로리 맥길로이와 존 람(15언더파)이 공동5위를 차지했다.



 



스코티 셰플러, 토마스 데트리(벨기에)와 함께 공동 6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김주형은 3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로 8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남자골프 사상 처음 올림픽 톱10 기록이다.



 



이 기록만으로 김주형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국가를 대표한 대회에서 메달을 따겠다는 강한 열망을 이루지 못해 눈물을 쏟았겠지만 앞길이 창창하다.



 



2022년 US오픈 23위,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단독3위, 디 오픈 컷 통과로 PGA로부터 임시특별회원자격을 얻어 2021-22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2022년과 2023년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을 2연패 하면서 PGA투어의 흥행카드로 인정받은 데 이어 엄선된 선수만 출전하는 올림픽에서 톱10에 든 것만으로도 값지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흘린 눈물에 담긴 깊은 뜻을 살려 4년 후 LA 올림픽에서 더 뜨거운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고 싶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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