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4-데이 사피엔스’와 주4일 혁명
공장 기계 부품처럼 영혼 없이 돌아가던 회사원의 하루. 더 이상은 아니다. 시대가 변했다.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스마트폰 하나로, 노트북 하나로 전 세계와 소통하는 사람들이 비즈니스 일선에 섰다.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 지금은 당연한 일상이다. 20여 년 전만 해도 달랐다. 주5일제는 손에 잡히지 않는 꿈이었다. 모두가 토요일에 출근했다. 주6일 근무가 정답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2004년, 주5일제가 도입됐다. 긍정적 반응만 있지는 않았다. “삶의 질 높이려다 삶의 터전 잃는다”는 반대 주장도 거셌다. 주5일제 도입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누구도 주5일제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주6일제가 절대적 규범이 아니었듯, 주5일제 역시 만고불변의 진리일 수 없다. 기하급수적 변화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은 나날이 진화한다. 모니터 속 AI가 로봇에 탑재된다. 물리적 세계로의 AI 영토 확장이다. MZ세대를 필두로 한 탈중앙화 움직임도 거세다. 권위와 수직적 구조를 거부한다. 자유와 수평적 관계를 지향한다. 이런 그들에게 기존 경직된 근무 방식은 낯설기만 하다.
일에 대한 평가 기준도 달라졌다. 과거 농경 시대에는 일하는 시간으로 기여도를 평가했다. 그저 오래 일하는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금은 다르다. 중요한 건 성과다. 일의 양이 아니라 질이 더 중요해졌다.
기존 틀에 맞추어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을 통해 새로운 틀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에듀테크 기업 휴넷의 조영탁 대표는 2022년 7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주4일제 도입! 많은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생산성 저하를 걱정했다. 고객대응 문제를 염려했다. 기우였다. 휴넷의 주4일제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4-데이 사피엔스(4-Day Sapiens)’ 등장의 신호탄이었다.
4-데이 사피엔스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 높은 업무 효율성과 몰입도를 보인다. 개인의 성장과 행복을 동시에 추구한다. 단순한 근무 시간 단축을 넘어 일과 삶의 질을 재구성하는 미래형 혁신 인류. 이들이 ‘4-데이 사피엔스’다.
5일 치 일을 어떻게 4일 만에 하느냐고? 비결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직원 몰입이다. 휴넷은 직원을 신뢰했다. 자율성을 부여했다. 책임감이 따라왔다. 직원들은 더 집중했다. 더 몰입했다. 짧아진 근무 시간, 그 안에서 최대의 효율을 뽑아냈다. 둘째, 디지털 도구와 AI의 활용이다. 반복적인 업무는 자동화했다. 기계적인 데이터 처리는 AI가 맡았다. 직원들은 창의적인 일에 집중했다. AI와의 효과적인 협업과 디지털 활용으로 업무 효율이 한껏 상승했다.
주4일제의 혜택이 직원에게만 돌아간 건 아니었다. 회사의 인재 유치가 쉬워졌다. 이직률도 낮아졌다. 브랜드 이미지도 좋아졌다. 기업 경쟁력의 전반적인 상승이다. 물론 모든 기업에게 주4일제가 정답일 순 없다. 업종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법에 의한 획일적 강제화가 위험한 이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느 조직이든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한 행복한 일터 혁신 말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다양한 방식의 유연근무제가 뉴노멀로 부상 중이다.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른 세상이다. 과거의 평면적 프레임으로는 현재를 담아낼 수 없다. 역동적 변화를 품어 안을 입체적 시선이 필요하다.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 기업의 생산성 향상. 어떻게 하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주4일제는 이 어려운 고차방정식의 해법 중 하나다.
4-데이 사피엔스의 등장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개인의 행복과 조직의 성과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직원을 주인으로 만들어주는 건강한 기업 문화가 전제다. 행복한 직원이 행복한 고객을 만든다는 리더의 철학이 바탕이다. 일과 삶의 경계를 넘어서는 도전의 DNA가 필수다. 단순한 제도 변경으로 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일과 삶의 ‘균형’을 넘어 일과 삶의 ‘통합’으로! 일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일이다. 내 일을 통해 내 삶이 행복해지고, 행복한 내 삶이 내 일의 성과로 이어진다. 직원 몰입과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한 주4일 혁명이 빚어낼 미래 일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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