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중동발 공포에 증시 급락, 한국은 ‘복합위기 대책’ 있나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국내외 증시가 요동쳤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장일 기준으로 주가가 이틀 연속 과도하게 폭락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5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234.64포인트(8.77%) 폭락한 2441.55로 마감해 종가 기준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전장 대비 11.3% 하락한 691.28에 마감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4년5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4451포인트(12.4%) 급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경신했고, 대만 증시 가권 지수도 8.35% 내리는 등 아시아 증시가 패닉에 휩싸였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까지 상승하며 ‘R(리세션) 공포’가 커지고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들의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것이 폭락의 방아쇠로 작용했다. 중동 불안이 확산되는 악재도 겹쳤다.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과 관련해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이에 아랑곳없이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은 가자지구 학교와 병원 등 민간인 지역에 무차별 공습을 가했다. 경기침체와 전쟁의 공포가 주식 투매를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월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며 오는 9월 ‘빅컷(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현재(2%포인트)보다 확대되면서 국내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금융 혼란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 불안은 실물 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날 삼성전자(-10.30%)와 SK하이닉스(-9.98%)가 시장 평균 이하로 폭락한 것은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커지면서 반도체 업황 부진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미국의 경제 위축이 반도체가 이끄는 한국의 수출 경기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가뜩이나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복합 위기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을 비롯해 선제적이고 정교한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경기 침체에 대비한 재정 확충은커녕 부자 감세로 세수 부족을 야기시켰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불안으로 선제적 금리 인하도 힘든 상황이다. 자영업자의 위기감이 높은 상황에서 티메프의 정산금 지급 중단 사태마저 돌출됐다. 기초가 튼튼해야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당정은 민생 안정을 우선하는 컨텐전시 플랜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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