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전망이 순식간에 패닉으로…“추세적 반등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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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국내 증시가 폭락했다. 한달 전만 해도 2800 선을 돌파하며 ‘3000 선’을 넘보던 코스피는 5일 속절없이 무너져 장중 2400 선을 내줬고, 코스닥지수는 10% 넘게 떨어지며 종가 기준 700 선이 깨졌다. ‘검은 월요일’의 방아쇠(트리거)가 된 것은 고용지표 악화 등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공포였지만, 낙관적 이익 전망 등 선반영된 펀더멘털(기초체력)적 요인을 고려하면 추세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77%, 코스닥지수는 11.30% 급락했다. 증시는 장 초반부터 하락으로 출발해 시간이 지나며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천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증시 폭락의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다. 그간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증시는 호황을 보였으나, 막상 9월 인하 가능성이 짙어지자 시장은 이를 경기침체에 대한 강력한 신호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2일(현지시각) 고용지표 부진 등으로 뉴욕 증시가 하락하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전세계 증시를 덮치는 모양새다.
아시아 증시에서 한국 코스피는 12.40% 폭락한 일본 닛케이225지수에 이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8.35%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54% 하락에 그쳤다. 이에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호황과 기업 실적 개선 등 호재가 그간 과도하게 반영된 탓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인공지능 수요 등에 따른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국내 증시 주도주를 중심으로 코스피가 3000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돌았던 만큼, 이에 대한 회의감이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는 뜻이다.
증권가는 눈높이를 부랴부랴 낮추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 “급격히 상향 조정된 이익 전망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하반기 코스피 전망을 기존 2650~3150에서 2400~2950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이날 장중 한때 하향 조정한 전망치의 하단(2400)마저 깨져버리는 등 시장의 공포는 이미 이런 분석과 전망을 가뿐히 뛰어넘는 모습이었다. 코스피 1차 지지선으로 2620, 2차 지지선으로 2500을 제시했던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장 마감 뒤 지수 하단 전망치를 2320으로 조정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여전히 ‘주식이 싸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본다. 인공지능·반도체 등 상반기 증시를 주도한 업황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과도한 수준이었고,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공매도 금지 연장 등도 상반기 주식시장 쏠림 현상으로 이어졌다”며 “낙폭 자체만으로 보면 과도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폭락 이후에 기회가 온다’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단기간 낙폭이 워낙 컸던 만큼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추세적 반등 가능성은 낮게 보는 쪽이 많았다. 정용택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정책금리를 그간 예측대로 0.25%포인트 인하하면 눈높이에 맞지 않아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빅스텝(0.50%포인트 인하)이 현실화하면 경기침체가 기정사실화돼 다시 증시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시장은 이미 추세적으로 상반기 고점 이후 하락장세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도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 등 악순환의 고리가 시장을 억누르고 있어 추가적인 변동성은 불가피하다. 미국의 주요 지표 등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엔화 강세 영향으로 장중에는 전 거래일 대비 10원 넘게 하락하기도 했으나 이후 그 폭을 줄이면서 전 거래일보다 3.6원 오른 1374.80원으로 마감(15시30분 종가 기준)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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