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 열기 활용해 냉난방···생산성 태양광 3배"
태양광·연료전지 대비 각각 3배·10배 에너지 생산
정부 활성화 정책에 시장 규모 가파르게 성장 예상
“전문 기술력 가진 업체 선별해 지열에너지 신뢰 높여야”
“일정한 땅 속 온도를 이용해 냉방을 합니다. 외부 기온이 올라갈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게 지열에너지 시스템입니다”
5일 방문한 경기 성남 판교에 위치한 지지케이(GGK) 판교사옥 내부에서는 극한 폭염이 무색할 만큼 시원한 환경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지지케이는 지열 냉난방 시스템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을 가진 30년 업력을 자랑하는 중소기업이다. 에어컨을 틀지 않았음에도 활동하기 좋은 온도를 유지하는 비결은 지지케이만의 기술이 집약된 지열에너지 시스템 때문이었다.
안근묵 GGK 대표는 “외부 공기를 차가운 공기로 만드는 에어컨(EHP)은 온도가 올라 갈수록 전력비 상승으로 효율이 떨어지지만 계절과 상관없이 일정한 온도를 가진 지열에너지는 외부 온도가 높을 수록 효율성이 높아 진다”며 “40도를 웃도는 폭염이라도 전기요금 걱정 없이 15~18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열에너지는 지하 150~200m 깊이의 사계절 일정한 온도(15~20도)를 유지하는 땅속 열을 뜻하는데 히트펌프를 이용해 냉난방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지열시스템’이라고 한다. 폭염 속 건물 안 뜨거운 열기를 땅속에 묻은 관에 담긴 열교환용 액체에 통과 시켜 식혀주고, 이를 다시 건물 안으로 보내 냉방에 활용한다. 반대로 겨울에는 땅 속 열기를 활용해 실내 온도를 올리는 식으로 난방을 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건물 온도를 최저 7도에서 최고 60도까지 올릴 수 있다.
특히 지열에너지는 항상 일정한 땅속 온도로 인해 대기온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저렴한 운용비로 가동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 서울시 신청사는 2012년 지열시스템 도입 후 44%의 비용 절감과 26%의 전력사용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 대표는 “지열은 동일한 사업비를 투입하는 경우 태양광 대비 3배, 연료전지 대비 10배 이상의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이유로 신규사옥을 마련하는 공공기관 들은 가장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냉난방에너지 해결을 위해 70% 이상이 지열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앞세운 지열에너지는 내년부터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열에너지 국내 생산량은 27만9650toe(석유환산톤)으로 2017년(18만3913toe)과 비교하면 50%이상 늘었다. 여기에 서울시는 내년부터 서울에서 연면적 3만㎡ 이상 비주거 건물을 신축할 때 지하개발 면적의 50% 이상에 지열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 재생열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서울형 건물에너지 정책 추진계획’을 지난 달 24일 발표했다. 지열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려면 땅을 파야 하는데, 대지면적이 얼마든 간에 지하 개발하는 면적의 절반은 지열 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열보급 활성화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기가와트(GW) 규모의 지열설비 공급을 위해 서울전역에 지열랜드마크 조성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지역 누적 보급량은 315MW다.
또 정부가 내년부터 연면적이 1000㎡를 넘거나 30가구 이상인 공동주택에 대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ZEB) 도입을 의무화 하는 점도 지열시스템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열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지열교환기 구조적 문제로 인한 높은 하자와 유지보수가 쉽지 않다는 단점 등으로 하락한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열시스템 하자의 대부분은 땅속 수백m에 설치한 PVC 파이프 변형 및 파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땅 속에 있다보니 교체나 유지·보수가 불가능해 지열시스템 운영에 한계가 있었다. 최철웅 서울시 녹색에너지과장은 “지열에너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설치 확대만큼이나 기존에 설치된 설비의 유지관리가 중요한데, 민간 건축물의 경우 전문 인력 및 예산 부족으로 노후 지열 설비가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열시스템 신뢰를 높이기 위해 전문 기술력을 가진 업체에 대한 옥석가리기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건설사가 수주한 사업을 지열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하도급 업체에 맡기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건물 사용연한과 같이 30~50년 이상 사용해야 하는 시스템인 만큼 정부의 인증제품 심사기준 강화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사후관리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시장에서도 업체간 견제 및 감시 기능을 통해 기술 개발 등을 통한 품질유지 이행을 유도해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는 기업들만 시장에 생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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