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관리사 100명 입국… 시작도 전에 1200명 확대? 현장선 ‘글쎄’

이지민 2024. 8. 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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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관리사 9월 투입
정부, 저출생 대책 12배 확대 추진
인증업체 대부분 중소기업 규모
일차적 민원 대응 일손 부족 우려
유학생 활용 땐 최저임금 미적용
6일 필리핀 출신 100명 국내 입국
韓 문화·아이돌봄 등 한달간 교육

정부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현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 가사근로자법(가사근로자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취지와의 충돌 문제 등이 여전히 미답으로 남아 있다.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비전문취업비자(E-9) 자격으로 100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6일 새벽 한국에 입국한다. 이들은 4주간 한국 문화·가사관리·아이 돌봄 실무 등 교육을 받은 뒤 9월3일부터 투입된다. 가사관리사들은 서울 강남구의 한 원룸텔에서 함께 생활할 예정이며, 내년 2월 말까지 서울 내 여러 가정에 출퇴근하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는 올해 사업 시행에 앞서 이미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6월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생 대책 중 하나로 내년 상반기에 E-9 가사관리사 규모를 1200명 규모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 배우자가 가사사용인 형태로 일하는 것을 허용하는 5000명 규모의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가사사용인 형태로 일하게 되면 근로자와 해당 가정이 사적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최저임금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정부가 ‘사업 확대’를 공언한 데 대해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정부 인증을 받은 서비스 제공기관 2곳이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해당업체인 홈스토리생활(대리주부)과 휴브리스(돌봄플러스)는 각각 70명, 30명의 필리핀 가사근로자를 이용을 원하는 가정에 중개하게 된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서비스 이용료는 내국인 가사관리사보다 22% 저렴한 수준으로 통제됐다. 이 때문에 업체가 얻는 별도 이윤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용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면 업체로선 시장 선점 효과나 홍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1200명 규모로 확대했을 때, 이 같은 ‘제로 마진’ 모델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가격이 지금처럼 통제되지 않는다면 서비스 이용자들이 굳이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쓸 유인은 줄어든다.

이번에 선정된 업체 2곳을 포함해 정부 인증을 받고 활동하는 가사 서비스 제공 기관 109곳은 모두 중소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 확대에 따른 관리 인력 확보 문제는 현재 물음표로 남아 있다. 시범사업 전부터 이용자가 가사관리사에게 직접 임의로 업무지시를 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두고도 노동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고용부 측은 가사관리사와 가정 간 갈등 대응을 위해 별도 민원 및 고충처리창구를 운영할 계획이라면서도 일차적인 민원 대응은 업체에서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 뉴시스
외국인 유학생 및 이주노동자 배우자 5000명을 대상으로 가사사용인 취업 시범사업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2022년 시행된 가사근로자법 취지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 법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던 가사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과 사회보험을 적용받게 하자는 의도에서 시행됐다. 가사사용인 확대는 가사 노동 업계 종사자들을 다시 사각지대로 내몰 수도 있다.

외국인 가사사용인 시장을 확대하더라도 비용이 생각만큼 저렴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외국인 가사사용인의 월급은 저렴할 수 있지만, 항공료 등 기타 부대비용을 서비스 이용자가 지급해야 해서다. 지난해 말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부 연구용역으로 내놓은 ‘외국인력 수급 관련 노동시장 영향 분석 연구’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필리핀 가사노동자 월급은 600싱가포르달러(약 62만원)이지만, 여기에 휴일수당 및 생활비를 합치면 900달러가 넘고 항공료, 건강검진비 등도 별도 부담해야 한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형 시범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내년 상반기에 12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섣부른 정책 결정”이라고 비평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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