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증시 삼킨 `R공포`] `R의 공포`에 떠는 글로벌 경제… 침체 초입 vs 일시적 냉각
닛케이 12.4% ↓… 30년만 최대
뉴욕 증시·중동 정세 등 변수도
경제침체의 공포가 5일 아시아 증시를 삼켰다. 뉴욕증시 선물 지수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한국 코스피는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12.4% 내리며 30년 만에 최대 폭락했다. 중국 상해종합과 홍콩 항셍지수도 각각 1.22%, 1.81% 떨어졌다.
이같은 아시아 증시의 대폭락은 지난주부터 불거진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발표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와 고용관련 지표들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자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다.
최근 일본중앙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투자자들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나선 것도 글로벌 증시 약화 요인으로 꼽힌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낮은 금리를 이용해 엔화를 확보, 이를 다른 곳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BOJ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그동안의 투자를 청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이미 대부분이 시장에 선반영 됐던 만큼 시장 참여자들은 경기침체 지표에 더 주목했다. 지난주 아시아 증시 마감 이후 열린 뉴욕증시가 이틀 연속 큰폭 하락하면서 우려는 더 확대됐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은 그간 뉴욕 빅테크주 주가에 연계돼 움직였던 만큼 뉴욕증시 약세에 즉각 반응했고, BOJ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엔화 강세' 영향 등으로 일본 주가는 더 크게 하락했다. 중국과 홍콩 증시는 그동안 글로벌 주가 랠리에서 다소 소외됐던 만큼 낙폭이 크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같은 글로벌 증시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뉴욕증시 약세와 함께 불거진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촉발한 '현금 선호' 현상이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증시를 주도했던 대장주 엔비디아의 줄악재도 뉴욕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미 고점 대비 25% 이상 빠지며 약세장에 진입한 엔비디아에 설계 이슈로 인한 신제품 지연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것이 결국 뉴욕증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을 반영해 뉴욕증시 3대 지수의 선물지수도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선물 지수는 시장 참여자들의 다음 달 증시 전망을 반영한 수치로, 선물지수 하락은 결국 현물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다는 방증이다.
증시 패닉이 너무 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 주요 증시에 직격탄을 안긴 저조한 미국 고용과 제조업 지수는 전체 거시경제지표 중 일부이고 전체적으로 볼 때 일시적 조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는 우선 미국의 2분기 GDP성장률을 꼽는다. 시장예상치를 뛰어넘어 2.8%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한 미국 경제성장의 70%를 담당하는 소비가 냉각됐다는 근거가 없다.
미국 고용증가는 체감하고 있지만 임금 인상이 지속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진정국면으로 들어서는 것도 미국경제의 연착륙 기대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경기 침체를 막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가 기다리고 있다. 시장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연준이 9월 '빅컷'(0.5% 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후 추가로 11월에 0.5%포인트를 내리거나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연준의 경기침체 저지를 위한 금리인하에도 경기 하강을 막을 수 없다는 비관적 분석에 더 무게중심이 가있다. 샴의 법칙을 들어 이미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판단이다. 샴의 법칙은 최근 3개월의 실업률 평균이 직전 1년 실업률의 3개월 평균보다 0.5%포인트 높으면 경기침체로 본다. 지난 7월 미국의 실업률은 이 기준선인 0.5%포인트를 넘었다. 악화된 고용은 소득 감소로 나타나고 다시 소비로 이어져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시장 전망치 수준으로 나타나야 글로벌 증시가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발표되는 미국 경제관련 지표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소매판매·산업생산 등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선물 하락세를 보면 당분간 뉴욕증시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가격을 움직이는게 결국 미국 경제지표인 만큼 관련 데이터들이 잘 나와야 뉴욕증시와 아시아 증시도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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