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실시공, 건설 현장에 기술자가 없어서 [왜냐면]

한겨레 2024. 8. 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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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이 아파트 부실시공으로 치명상을 입고 있다.

기술인력은 엔지니어(종합건설의 소장 이하 시공팀), 설계자, 감리자이고, 기능인력은 기술자의 감독 아래 생산 작업을 담당하는 기능인력을 말한다.

건설 선진국인 유럽에선 현재 우리나라 건설의 부실시공과 같은 경우를 30년 전에 겪어, 제도적 시스템을 정비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건설 기술자는 대학 나왔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길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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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김용학 | ㈔한국건축시공기능장협회 부회장

건설산업이 아파트 부실시공으로 치명상을 입고 있다. 입주를 앞두고 세대 당 200건 가까운 지적 사항이 나온 아파트까지 나왔다. 건설사들은 입주민들의 눈높이가 올라 생긴 표면적 현상이라며 가볍게 넘기려고 한다. 현장을 아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인데도 말이다.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산업의 인력은 크게 기술인력과 기능인력으로 구분한다. 기술인력은 엔지니어(종합건설의 소장 이하 시공팀), 설계자, 감리자이고, 기능인력은 기술자의 감독 아래 생산 작업을 담당하는 기능인력을 말한다. 기능인력의 직종은 대체로 60개 직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기술인력은 다양한 직종의 기능인력을 조율·감독해야 해, 직종 간 간섭되는 부분은 가르마 타 주고, 작업이 제대로 시공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런가. 최근 문제가 된 아파트처럼 거실 천정에서 누수된 경우를 살펴보자.

거실 천정의 누수는 윗집 거실 바닥에 물이 있다는 뜻이다. 거실은 물을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어서 방수공사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따라서 물이 외부에서 타고 들어왔다는 뜻인데, 그곳은 발코니에서부터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외부 발코니 부분은 내부로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호 하부의 위치에 바닥과 일체화된 철근 콘크리트 방수 턱을 형성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형틀 작업의 난이도 때문에 무시하곤 한다. 무시했으면 벽 형틀 제거 뒤라도 철근을 심고 콘크리트를 부어 방수 턱을 형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무시하곤 한다. 이렇게 방수 턱을 형성하지 않았는데도 일정 문제로 창호를 설치한다. 창호를 설치하고 나면 사춤(문틀과 콘크리트 사이를 막는 일)공이 방수 턱의 위치에 방수 기능이 아닌 창호 지지용으로 벽돌을 얼기설기 놓고 지나간다. 여기에 다시 방수공이 와서 방수모르타르로 벽돌을 바른 뒤, 도막재로 1㎜ 또는 2㎜의 두께를 형성해 놓는다. 그 뒤 타일 공정이 따라와서 간섭 사항이 생기면 이때도 방수층을 손상시키는데 다들 무감하다.

기타 공정에서도 이처럼 여러 직종이 서로 간섭되며 진행된다. 그런데 여기에 기술자는 없다. 선행 공정이 부실하거나 진행되지 않았으면 후속 공정을 중단시키고, 간섭된 공정을 불러서, 작업 상세도와 추후 예견되는 하자의 유형을 내밀어, 견실한 작업이 될 수 있도록 이끄는 기술자가 보이지 않는다. 마땅히 개입하여 작업이 한 번에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여야 함에도 그러지 못해 생기는 스트레스는 결국 거실의 누수라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이미지 실추, 입주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기술자들이 목에 힘을 주며 우선시하는 건 품질이었지, 건설사의 이익이 아니었다. 이들은 현장에 배치되는 초임부터 현장 소장의 감독 아래, 땅 파고 건물 올리고 준공 내고 입주 민원 처리까지 단위 공정에서 기능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겪어 보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런 과정을 두번 정도 돌아야 그때야 초짜 기술자라 인정해주고 대우해줬다.

건설 선진국인 유럽에선 현재 우리나라 건설의 부실시공과 같은 경우를 30년 전에 겪어, 제도적 시스템을 정비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들은 공교육인 고등학교부터 이론과 기능을 몸에 배게 하고, 이를 대학 교육과 현장으로 연결시켜 엔지니어로 성장하게 하는 생태계를 만든 게 효과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 기술자는 대학 나왔다고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길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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