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선수층·현대차 무한지원이 신화를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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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궁 대표팀의 김우진이 4일(현지시간) 남자 개인전에서 슛오프 명승부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남녀 단체전, 남녀 혼성전, 여자 개인전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 5개 싹쓸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혼성 단체전 동메달과 남자 개인전 은메달을 따낸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은 "(한국은 많은 선수가) 궁사로 훈련받은 상태에서 대학교에 들어가고, 양궁이 직업인 선수가 많다"며 "미국에서는 내가 활쏘기로 밥벌이하는 유일한 궁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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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팀 등록 선수만 404명 달해
- 중국 등 12개국 한국 감독 초빙
- 외국 에이스급 국내 찾아 특훈도
- 진천에 앵발리드 가상의 훈련장
- 수많은 변수 대비 아낌없는 지원
한국 양궁 대표팀의 김우진이 4일(현지시간) 남자 개인전에서 슛오프 명승부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남녀 단체전, 남녀 혼성전, 여자 개인전에 이어 ‘올림픽 금메달 5개 싹쓸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도 양궁에서 전 종목 석권을 했지만 당시는 혼성전 도입 전이어서 양궁에 걸린 금메달이 4개였다. 이 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400명에 달하는 두터운 선수층, 양궁협회의 뒷바라지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두터운 선수층의 한국 양궁
양궁 평준화는 각국 협회가 한국인 지도자를 영입하거나 직접 한국으로 와 양궁 과외를 받는 ‘양궁 한류’가 주도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마라크수 달메이다(브라질), 여자 개인전 동메달리스트인 리자 바벨랭(프랑스), 디피카 쿠마리(인도) 등 강자들이 충북 괴산의 김형탁양궁훈련원을 찾아 특훈했다. 한국 지도자의 지도를 받은 나라는 12개국이나 된다. 그중 8명은 파리에서 직접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러나 권용학 감독의 중국 여자대표팀(여자 단체전 은메달)도, 오선택 감독의 프랑스 대표팀(남자 단체전 은메달, 여자 개인전 동메달)도 한국을 넘지는 못했다. 한국의 선진 기술을 익혀도 한두 명의 톱 레벨 선수들만으로는 한국을 넘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 양궁의 매우 두터운 선수층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결과다.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올해 등록한 실업 양궁 선수는 404명이다. 404명의 성인이 활쏘기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혼성 단체전 동메달과 남자 개인전 은메달을 따낸 미국의 브레이디 엘리슨은 “(한국은 많은 선수가) 궁사로 훈련받은 상태에서 대학교에 들어가고, 양궁이 직업인 선수가 많다”며 “미국에서는 내가 활쏘기로 밥벌이하는 유일한 궁수”라고 말했다. 빼어난 성과의 밑바탕에 양궁 실업팀을 운영하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있는 셈이다.
▮양궁협회의 현미경 뒷바라지
최고의 선수가 있다고 늘 우승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많은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며 최상의 실력을 뽐낼 수 있게 해주는 건 대한양궁협회의 몫이다.
양궁협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물 샐 틈 없는 지원에 나섰다. 도쿄 올림픽 때처럼 진천선수촌에 앵발리드 양궁 경기장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세트를 설치했다. 경기장 출입구에서 사대, 미디어와 만나는 인터뷰 공간까지 가는 동선을 실제와 똑같이 만들고 장내 아나운서 코멘트, 관중의 환호성에 소음까지 프랑스어와 영어로 틀어 현장감을 높였다. 이 ‘진짜 같은 가짜 앵발리드’에서 많게는 하루 600발의 화살을 쏜 선수들은 진짜 앵발리드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센강에서 200~300m 떨어진 앵발리드의 까다로운 강바람에 대비하기 위해 양궁협회는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300m 떨어진 곳에 훈련장을 마련해 지난 6월 2일부터 사흘간 훈련을 진행했다. 이는 ‘신의 한 수’였다. 3관왕에 오른 임시현은 “(앵발리드는) 바람을 탈 것 같은데 안 타고, 안 탈 것 같은데 타고…조금 종잡을 수 없는, 조금 까다로운 경기장이었다. 강바람 훈련 덕에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회장사인 현대자동차의 도움으로 프랑스 근교 일드프랑스에 위치한 140년 전통의 종합 스포츠클럽 ‘스타드 프랑쉐’를 대회 기간 통째로 빌리는가 하면 앵발리드에서 2분 거리의 숙소에 방 6개를 더해 2층 라운지를 통째로 빌렸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해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길에 동행하면서 시간을 쪼개 선수 지원 시설들을 둘러보며 동선 등에 문제가 없는지 체크했다고 양궁협회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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