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넥슨 집게손 마녀사냥' 사이버불링 최소 3500건…경찰 "실익없다" 수사 종결

박상혁 기자 2024. 8. 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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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손은 광고계 금기…피해자 향한 비판 논리적 귀결 인정"

넥슨이 운영하는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홍보 영상에 나온 '집게손가락'을 두고 의도적으로 남성을 비하했다며 여성 작업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성적 모욕을 가한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이 최소 3500여건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측은 사이버불링 중 수위가 매우 심각해 법적 처벌이 불가피한 300여건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경찰은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여성 작업자를 향한 집단 괴롭힘에 준하는 행위들이 "논리적 귀결이 인정"되며, 성적 모욕을 수사하는 건 "실익 없다"는 이유다.

'넥슨 집게손 마녀사냥'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범유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25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법무법인과 한국게임소비자협회가 A씨를 향한 온라인 괴롭힘을 조사한 결과, 허위사실유포 및 신상공개, 성적 모욕 등의 온라인 괴롭힘이 최소 350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프레시안>에 5일 밝혔다.

범 변호사는 "극히 심각한 사안만을 추린 끝에 온라인 괴롭힘 308건에 대해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이를 각각 267건과 41건으로 나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했다.

▲손가락 모양으로 남성 비하 논란에 휩싸인 메이플스토리 여성 캐릭터 홍보 영상 일부

이를 두고 경찰은 "피의자들 모두 각 범죄 구성요건 해당성 없음 및 수사의 실익 없음이 명백하다"라며 수사를 중지했다. <프레시안>이 확인한 서초경찰서의 수사결과 통지서를 보면, 경찰은 '넥슨 집게손 마녀사냥' 피해자 A씨가 명예훼손·스토킹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등의 혐의로 고소한 온라인 괴롭힘 41건에 대해 지난달 24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손 동작을 기업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라며 "이 사건은 A씨가 소속한 B사가 애니메이션 그림에 남성혐오적 손가락 모양을 그린 것이 기사화되면서, 피의자들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비판의 글을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A씨는 관련 그림 담당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나, B사는 집게손과 관련해 사과문을 게시했고 A씨도 과거 페미니스트를 동조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며 "피의자들이 A씨를 대상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경찰은 가해자들의 게시물 대부분을 A씨를 향한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글은 전체적으로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작업물에 몰래 집게손을 넣는 행위)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X(옛 트위터)에서 벌어진 성적 모욕에 대해서는 실익 없음을 이유로 수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해자의 통신매체이용음란 관련 혐의는 상당하나 트위터는 미국 소재 기업으로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에 한해 협조하고 있으며 형사사법공조 또한 회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수사 계속의 실익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A씨 측은 이 같은 경찰의 결정에 반발해 이의제기를 신청할 예정이다. A씨는 <프레시안>에 "이렇게 심한 괴롭힘을 저지른 가해자들이 죗값을 받지 않으면 익명에 힘입어 욕하고 스토킹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굉장히 무섭고 두렵지만, 가해자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이의를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넥슨 집게손 마녀사냥 피해자 A씨가 'X'를 통해 전달받은 성적 모욕 발언. A씨 측은 해당 메시지를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고소했으나 서초경찰서는 수사 계속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처분을 내렸다. ⓒ프레시안

디시인사이드 등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지난해 11월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 속 여성 캐릭터의 손가락 모양을 지적하며 '페미니스트인 애니메이터가 남성을 비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넣은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영상을 제작한 B사 소속 애니메이터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져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을 올린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A씨의 이름, 사진, SNS, 카카오톡 등을 공개하고 '한강에 빠져 죽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집단 린치를 가했다. X에서는 A씨의 부모까지 거론하며 살해 협박 및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보내는 이용자도 있었다.

이들은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워크숍 사진 속 특정 직원을 두고 'A는 30대 기혼 여성'이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도 했다. 회사에는 외부인이나 같은 층을 사용하는 타사 직원이 찾아와 몰래 촬영하거나 '페미를 해고하지 않으면 텐트를 치고 시위하겠다'는 일부 단체의 협박이 발생했다.

그러나 논란이 된 장면을 그린 애니메이터는 B사의 외주를 받은 40대 남성 작가였으며, 집게손이 그려진 다른 장면 또한 남성 작가들의 작업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를 향한 집단 린치는 계속됐다. 사건 발생 이후 한 달간 A씨가 제보받은 온라인 괴롭힘 건수만 1200여 건에 달했으며, 성적 모욕 등의 괴롭힘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다수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온라인 이용자들의 집단 괴롭힘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이용자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2월 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게임업계 노동환경 종사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5일에서 11월 8일 서면 인터뷰에 참여한 20~30대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정부가 개발자의 개인 신상정보를 파헤쳐 인터넷에 게시하는 사이버 테러가 심각한 범죄임을 알리고, 이를 비롯한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이용자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식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인식개선 교육 진행,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강화, △모니터링 및 신고 시스템 개선, △온라인 괴롭힘 대한 기술적 차단 등을 제안했다.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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