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김우민 "동메달 하루에 한 번 걸어봤죠…LA에선 더 높은 곳에"
"복싱 임애지 선수 응원하면서 목쉬어"
(파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우민(22·강원도청)은 빛나는 올림픽 동메달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귀국을 위한 짐을 싸둔 채 5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국제회의장인 메종 드 라 시미에 조성한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우민은 "하루에 한 번씩, 메달을 걸어봤다"며 씩 웃었다.
김우민은 7월 28일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50으로 3위에 올라, 2012년 이후 12년 만에 탄생한 올림픽 수영 한국인 메달리스트로 기록했다.
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는 현재까지 박태환과 김우민, 단 두 명뿐이다.
박태환은 2008 베이징 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과 자유형 200m 은메달, 2012 런던 대회 자유형 400m와 200m 은메달을 따냈다.
김우민이 '우상' 박태환의 뒤를 따르면서 한국 수영의 올림픽 메달은 5개(금 1개, 은 3개, 동 1개)로 늘었다.
그는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게 되어 기쁘다. 내 목표였던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다음 올림픽에서 더 높은 곳을 향해 뛰겠다는 의욕이 생겼다"며 "내겐 정말 뜻깊은 올림픽이었다"고 돌아봤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김우민도 7월 27일 자유형 400m 예선에서 1만5천명의 관중에 압도당했다.
예선에서 김우민은 3분45초52, 전체 7위로 힘겹게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김우민은 "예선부터 그렇게 많은 관중이 오실 줄 몰랐다.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결승에서 김우민은 평정심을 되찾았고, 한국 수영사에 남을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다.
김우민은 "결승을 앞두고 관중석을 한 번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니, 몸이 풀리더라. 자신감 있게 경기했다"고 회상했다.
"올해 2월 도하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할 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말한 김우민도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한 동료들을 떠올릴 때는 표정이 굳었다.
남자 자유형 200m 유력한 메달 후보였던 황선우(21·강원도청)는 준결승에서 탈락했고, 김우민이 개인 종목만큼이나 애정을 드러냈던 남자 계영 800m에서는 한국 수영 경영 단체전 최초로 올림픽 결승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지만 결승에서 6위에 그쳐 원하던 메달을 얻지 못했다.
김우민은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나와 동료들이 일주일에 여섯 번 훈련하고, 그중 3번은 고강도 훈련을 했다. 3시간 연속 수영하는 날도 있었다"며 "다들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고 밝혔다.
남자 계영 800m 결승이 끝난 뒤, 동료들을 다독이고 자신의 마음도 추스른 김우민은 '낭만의 도시 파리'를 즐겼다.
김우민은 "에펠탑을 눈앞에서 보는 등 파리를 충분히 돌아봤다. 정말 낭만의 도시였다"며 "다른 종목 경기도 보고 싶어서, 복싱 임애지 선수의 준결승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 열심히 응원하다가 목이 쉬었다"고 웃었다.
그는 "이제 파리 곳곳을 충분히 봤으니, 이제 한국에 돌아가서 쉬고 싶다"고 '향수'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우민의 역영을 지켜본 한국 수영 팬들도 목이 쉴 정도로 응원했을 터다. 특히 수영 유망주들에게 김우민이 따낸 올림픽 동메달은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는 "주니어 대표팀 김준우 등 한국에 좋은 유망주들이 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메달은 1개만 나왔지만, 개인 종목 준결승에 진출한 우리 동료들이 많다"며 "그만큼 우리 수영이 발전하고 있고, 후배들은 더 잘할 것"이라고 동료와 후배를 응원했다.
중학교 시절까지 김우민은 국내대회에서도 예선 문턱을 넘지 못하던 선수였다.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도 개인 종목 출전권을 따지 못하고, 단체전에만 출전했다.
김우민은 "2021년까지 자유형 400m 기록이 3분48초대에 머물렀는데, 목표를 크게 잡고 매 순간 열심히 훈련하니, 3분42초대까지 기록이 줄었다"며 "중학교 때는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그동안 훈련한 게 아까워서 버텼다"고 밝혔다.
'제2의 김우민'을 꿈꾸는 유망주들에게 전하는 값진 조언이었다.
김우민 자신도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김우민은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해서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며 "3분41초대, 3분40초대 진입을 위한 노력도 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쉼 없이 달린 김우민에게 당장은 휴식이 필요하다.
김우민은 "일주일, 길게는 2주 동안에는 물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씩 웃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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