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구실로 수천명 통신조회한 검찰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 과정에서 시민과 정치인, 언론인 등의 통신자료(통신이용자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기자와 전화 통화한 사람을 모조리 수사 선상에 올린 것이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의원 같은 야당 정치인은 물론이고, 기자의 친·인척이나 학교 동창까지 포함됐다. 검찰은 밝히지 않았지만 조회 인원이 3000명에 달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검찰이 확보한 통신자료는 휴대전화 번호와 가입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다. 언론사의 민감한 취재원 정보가 검찰 수중에 고스란히 들어간 것이다. 검찰은 30일 전에 당사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규정도 무시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통신자료를 입수한 시점은 지난 1월4일이지만 수사상 보안이라는 이유로 최근에야 당사자에게 알렸다. 총선(4월10일)에서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
범죄자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검찰 수사권이 사생활과 통신 비밀 보호를 명시한 헌법보다 위일 수는 없다. 윤 대통령도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를 ‘사찰’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사주’ 사건으로 자신과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의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자 “공수처의 존폐를 검토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윤 대통령은 즉각 이원석 검찰총장에 진상 규명 지시를 내리고 관련자를 징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로남불’이다.
이번 건으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의 탈법·편법 논란이 더 커졌다.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명예훼손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님에도 검찰은 대검 예규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현행 법률은 영장에 따라 전자정보를 수집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검찰은 자체 예규에 따라 ‘윤석열 검증보도’ 언론인의 개인 정보 중 영장 범위 밖에 있는 정보까지 대검 디지털수사망에 올렸다. 검찰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 첫 재판에서 “명예훼손 사건이 아니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는 재판부의 지적까지 받았다. 수사 착수부터 기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검찰권 행사가 정당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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