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적 재난이 된 폭염, 취약층 총력 지원 서둘러야
지난 4일 경기 여주 점동면 기온이 2018년 이후 6년 만에 40도를 기록하는 등 살인적인 찜통더위가 계속되면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주말 사이에만 5명이 목숨을 잃어 올해 폭염 사망자가 14명으로 늘어났고, 온열질환자도 1690명에 달한다. 여름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최소 열흘 이상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폭염 사태’로 기록된 2018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괴롭지만, 사회적 약자에 피해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가장 ‘불평등한 재난’으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부산 연제구의 공사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폭염으로 숨졌다. 쓰러질 당시 체온이 40도에 달했다고 한다. 그날 연제구의 기온은 35도를 넘어섰고, 부산에는 폭염 특보가 13일째 이어지고 있었다. 체감 온도가 33도 이상이면 시간당 10~15분씩 휴식시간을 갖도록 하라는 고용노동부 ‘권고사항’이 얼마나 무용지물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 에어컨을 켤 엄두도 내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은 생사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환기도, 통풍도 되지 않는 쪽방촌 거주자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독거노인 등은 더운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 하나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냉방비 일부를 보조해주는 에너지 바우처는 대상과 수준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8년 온열질환 사망자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구 1만명당 온열질환 발생률은 저소득층인 의료급여 수급자에서 21.2명으로, 고소득층 7.4명보다 3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지 않으면 올해도 2018년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점점 길어지고 강도가 높아지는 폭염은 더 이상 이례적인 자연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사회적 재난이 되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폭염 속 야외노동자 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말뿐인 ‘권고사항’으로 부족하다. 22대 국회에 이미 작업중지를 의무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국회는 하루빨리 법안 통과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아울러 폭염으로 가축 폐사와 양식장 피해가 잇따르면서 불안정해진 먹거리 물가도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는 물가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여름철 전력 수요난에도 만전의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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