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카멀라 해리스의 산토끼 사냥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로 가장 유력한 정치인은 관록의 정치인, 존 케리 당시 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었다. 케리는 당시 대부분의 민주당 의원이 그랬듯이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외교 안보 정책뿐 아니라 대부분 정책에서 케리는 부시 행정부와 크게 척지지 않았던 중도성향의 민주당 정치인이었다. 이런 케리를 딘은 부시와 별 차이 없는 '부시 라이트(Bush Light)'라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본인을 차별화했다. 마셔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부시 라이트(Busch Light)'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그냥 밍밍하고 별다른 개성이 없는 맥주다.
그럼에도 2004년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 자리는 중도성향 케리의 차지였다. 왜였을까. 딘이 연설에서 괴성을 지르는 치명적 실수를 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민주당 당원들이 본선 경쟁력을 고려한 투표를 했기 때문이다. 본선에서 승리하기에는 딘이 '너무' 진보적이고, 따라서 '확장성'이 높은 케리를 선택했다. 대선에서는 '집토끼' 결집도 중요하지만, '산토끼' 공략 역시 중요하다.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만큼 부동층의 표심을 공략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당시 캘리포니아 상원의원은 초반에 선두를 달렸던 적이 있다. 피트 부티지지 현 교통부 장관,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치고 나오기도 했다. 모두 진보 성향이 강한 정치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결국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는 '평범한 조(average Joe)', 조 바이든이 가져갔다. 역시 본선 경쟁력을 고려한 민주당 당원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였다.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후보직을 승계받은 카멀라 해리스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전국 지지율뿐 아니라 실제로 미국 대선의 향배를 결정지을 경합주의 지지율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해리스의 상승세는 8월 19부터 22일까지 개최될 민주당 전당대회 직후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승계와 전당대회의 컨벤션 효과는 적어도 9월 중순, 길게는 10월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해리스가 상승세를 이어가 결국 본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집토끼 결집뿐 아니라 산토끼 공략이 필요하다. 일단 여성과 소수인종 그리고 젊은 세대 등 집토끼를 결집하는 데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해리스 고유의 정치적 자산은 집토끼 결집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고,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말실수 전력과 변명도 한몫 거들고 있다.
결국은 확장성이다. 해리스가 본선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집을 떠나 이젠 산토끼가 된 노동자 계층, 특히 백인 노동자 계층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아 오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들 산토끼의 서식지는 대부분 쇠락한 공업지대, 즉 '러스트벨트'가 위치한 북동부 지역이다. 대선의 승패를 결정할 경합주가 위치한 지역이기도 하다. 해리스의 산토끼 사냥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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