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동내 미군도 타깃···경제 어려운데 물류대란·유가폭등 오나
이란, 표적 늘려 대규모 공습 예상
이스라엘 내각은 '선제 타격' 검토
美, 핵추진 항모·구축함 추가 배치
전면전 치달으면 유가 급등 불가피
100弗 돌파땐 인플레 부채질 전망
하마스 정치 지도자 암살 사건 이후 중동 지역에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이 이르면 5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타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리 세력을 동원한 대규모 공습으로 이스라엘의 방어망을 무력화하는 한편 중동 지역 내 미군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란이 ‘피의 보복’을 천명하고 이스라엘은 선제 타격까지 고려하고 있어 ‘제5차 중동전쟁’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올 하반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란이나 예멘 후티 반군이 원유를 운반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유가는 더욱 폭등하고 물류대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유가가 오르면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외식물가 등 전반적인 물가도 함께 오르는데 물류대란까지 겹치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더욱 치솟을 수 있다. 최근 중국 경기 부진과 예상 밖 미국 고용지표 악화에 따른 ‘R(Recession·경기 후퇴)의 공포’가 커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까지 오르면 글로벌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미국 악시오스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과 헤즈볼라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악시오스는 3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은 이란과 헤즈볼라 모두가 보복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그 공격의 정확한 시기는 모르나 이르면 향후 24~48시간 내로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7개국 외교장관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중동의 긴장 완화에 대한 긴급한 필요를 논의했다”고 발표하며 이란의 보복이 임박했음을 인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5일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해 중동에서 사태 전개를 논의한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중동 내 확전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득은 없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 이란 측이 아랍권 외교관들에게 “이번 대응이 전쟁(전면전)을 촉발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아랍국을 통해 보복을 만류하려 했지만 이란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중동 내 대표적인 친서방 국가인 요르단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4일 이란에 외교장관을 파견했지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신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보복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동 지역 내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서방 각국은 레바논에 체류 중인 자국민들에게 출국을 촉구하는 한편 에어프랑스와 루프트한자·쿠웨이트항공 등 글로벌 항공사들은 이미 레바논을 오가는 항공편을 취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올 4월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타격했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규모 공습에 나설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이 올 4월보다 표적을 더 늘리고 발사체 수도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당시 이란은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이 폭격당한 데 대한 보복으로 미사일과 드론 수백여 기를 발사했지만 이 중 99%가 이스라엘과 미국에 격추됐다. 이란은 보복 공습에서 친이란 세력인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이라크 민병대 등 ‘저항의 축’ 자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이스라엘까지 1000㎞ 이상 비행해야 하는 만큼 그사이 격추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스라엘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레바논과 시리아 등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목표물까지 비행시간이 짧아 성공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외곽이 아닌 핵심 시설들을 타격해 피해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달 3일 이스라엘의 안보 관련 싱크탱크인 알마 연구·교육센터는 이란이 이스라엘 중부 도심 한가운데의 군사 목표물이나 지중해 경제수역의 가스 시추 시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란이 이번 공격에서 미군을 동시에 공격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는 사실이다. 올 4월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했을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을 도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격추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중동 내 국가 대부분에 5만 7000여 명 이상의 군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군 인력들이 공격을 받게 되면 이스라엘을 지키는 방어망은 일시적으로 약해지고 보복 공습의 피해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또 이란과 미국의 대리전 양상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 중동 내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은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해군 순양함과 구축함을 이스라엘 주변에 추가로 배치하고 스텔스기 F-22 편대, 핵추진 항모 에이브러햄링컨호를 중동으로 보내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긴장을 높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명확해지면 선제공격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은 이란의 악의 축(이란의 대리 세력)에 대한 다중 전선 전쟁에 있다”며 “우리는 온 힘을 다해 그들의 모든 공격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가자지구·예멘·베이루트 등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장거리 공습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이란의 대리 세력 직접 타격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내각 주요 인사들이 머물 지하 벙커도 6년 만에 가동을 재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스라엘 당국이 주민들에게는 주택 내 안전한 대피 공간에 음식과 물을 준비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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