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수 전국 2위 대학 동아리 … 알고 보니 '마약 소굴'

박동환 기자(zacky@mk.co.kr),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4. 8. 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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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서울대생 등 14명 검거
공동구매 후 호텔서 집단투약
대마초로 시작해 필로폰 손대
조직 꾸려 본격 유통 나서기도
호화파티로 유혹해 회원 늘려
의대·로스쿨 준비생 등 포함
검찰에 적발된 명문대 연합 동아리 '깐부' 소속 회원들이 놀이공원 등에서 마약을 투약하고 있는 모습. 서울남부지검

연세대 출신 카이스트(KAIST) 대학원생과 서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 학부생들이 참여한 대학생 연합 동아리에서 회원들끼리 마약을 사고팔며 투약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주범으로 지목된 동아리 회장은 고급 호텔 숙박권, 호화 파티 개최 등으로 학생들을 유혹해 부작용이 심각한 마약을 팔아 수익을 올리려 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대학생 연합 동아리 '깐부' 회장인 30대 대학원생 A씨를 추가 기소하고 동아리 임원 등 20대 학부생 3명을 구속기소, 기타 회원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번 혐의에 앞서 촬영물 협박, 마약 투약 등 범죄로 지난 4월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단순 투약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번에 적발된 피의자 총 14명은 13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2022년 말 A씨가 만든 동아리에서 만나 마약을 구매하고 1년간 수차례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중에는 의대나 약대 재입학을 준비하거나 법학적성시험(LEET)에 응시한 학생도 있었다. A씨는 동아리에서 교제하던 회원을 수차례 폭행하며 성관계 영상을 촬영해 협박하고, 마약 매수·투약 사실을 신고하려던 가상화폐 세탁업자를 허위 고소한 혐의도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앞서 구속기소된 A씨 재판 중 공판 담당 검사가 공판기록에서 수상한 거래내역을 포착하고 보완 수사를 진행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연세대 출신 카이스트 대학원생으로, 당초 친목을 목적으로 동아리를 결성했다. A씨는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아리에 가입하면 외제차, 고급 호텔, 뮤직 페스티벌, 파인다이닝 등을 무료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회원을 300명까지 모집해 세를 키웠다. 특히 A씨는 동아리 임원들과 직접 면접을 보며 회원을 뽑았고, 서울에 동아리 전용 아파트까지 갖추고 있었다.

2021년 11월 마약을 처음 접한 A씨는 가까운 동아리 임원을 시작으로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호텔이나 뮤직 페스티벌 등에 초대해 술을 마시다가 이들의 경계심이 풀린 틈을 타 마약을 권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액상대마를 권했지만 투약에 응한 회원들을 상대로 MDMA(엑스터시), LSD, 케타민, 필로폰, 합성대마 순으로 중독성이 강한 마약까지 손을 대게 했다.

검찰은 단순 호기심에서 마약을 투약하던 A씨가 이후 마약 유통으로 수익을 낼 의도를 갖고 체계적으로 판매와 유통을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가상화폐 세탁업자를 통해 텔레그램 마약 딜러에게 가상화폐를 전송하고 '좌표(마약 은닉 장소)'를 전달받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매수하면, 동아리 임원 B씨와 C씨는 분담한 대금을 A씨에게 전달하는 '공동구매' 형태로 마약을 구했다. 공동구매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회원들에게는 현장에서 1회 투약분을 제공하고 전후로 대금을 지급받았는데, 이 경우 공동구매보다 단가를 높게 책정해 차익을 얻었다.

마약류마다 가격 차이가 있지만 공동구매 당시 1회 투약분을 평균 10만원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초기 5만~15만원의 웃돈을 받던 A씨는 이후 20만원까지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이 A씨의 가상계좌 지갑에서 확인한 마약 거래 규모만 1200만원이 넘는다. 검찰 관계자는 "무통장 송금과 현금 거래, 세탁된 코인 거래까지 종합하면 이는 수익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A씨가 이용한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 등을 추적하고 동아리 내 추가 범죄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피의자들은 해당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해 휴대전화 저장자료 영구 삭제 등 포렌식 대비, 모발 탈·염색, 사설기관 모발 검사, 피의자 신문조사 모의 답변 등 위 채널에서 배운 방법을 수사에 대응하는 데 활용했다. 피의자들 사이에서는 "나만 입 다물면 안 돼. 우리 다같이 다물어야 돼" 등의 대화도 오갔다.

해당 동아리는 국내 대학생 연합 동아리 중 회원 수 기준으로 전국 2위에 해당한다. 이 동아리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문화기획·친목 동아리. 매력적인 사람들만 모인 최강 플랫폼. 12기 지원 지금 당장 드루와"라는 소개 문구가 쓰여 있다.

[박동환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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