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대형 악재’에…차·이차전지 업계 위기감

최우리 기자 2024. 8. 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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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자동차 업체들은 이에 대해 뽀족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5일 한겨레가 국내 자동차·이차전지 업체들에 이번 전기차 사태에 문의한 결과, 입장을 대부분 내놓지 않는 등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주행중 사고가 나거나 충전 중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주차중이었던 전기차에서 갑자기 불이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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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해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자동차 업체들은 이에 대해 뽀족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에 화재 위험성까지 더해지자, 자동차·이차전지 업계에는 대형 악재가 나왔다는 위기감까지 나온다.

5일 한겨레가 국내 자동차·이차전지 업체들에 이번 전기차 사태에 문의한 결과, 입장을 대부분 내놓지 않는 등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제조사인 메르세데스 벤츠 쪽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당국에 협조해 차량을 철저히 조사하고, 사고에 대한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충전중 또는 주행중에 배터리결함으로 인한 화재 발생은 예상할 수 있지만, 시동이 꺼져있는데 불이 난 경우라 원인을 추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일 아침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나 23명이 다치고 차량 140여대가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봤다. 화재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보면, 벤츠 전기차 EQE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 뒤 폭발하며 불이 번졌다. 화재로 인해 아파트 내부 전기와 물이 끊기면서 주민들까지 피해가 커진 상황이다.

불이 난 벤츠 전기차는 2022년 하반기께 국내에 출시된 모델이다. 국토교통부 취재 결과, 이 차에는 중국 업체 파라시스 에너지가 납품한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장착됐다. 중국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는 다르다.

자동차·이차전지 업계에선 사고 원인 조사에 주목하고 있다. 주행중 사고가 나거나 충전 중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주차중이었던 전기차에서 갑자기 불이 났기 때문이다. 분리막 손상과 소재 제조 과정에서의 결함 등 배터리 자체 문제이거나 차량 사용 중 배터리 손상 가능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추정일 뿐이다. 이차전지를 연구하는 한 대학 교수는 “가만히 있는데 불이 난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이차전지 업계 한 관계자는 “조사가 완료되면, 완성차 회사와 배터리사의 책임 비중을 따진 뒤 그 책임을 나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2020년 발생했던 코나 전기차의 화재 원인을 두고 당시 현대자동차와 배터리셀제조사 엘지(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관리시스템(BMS)를 설계한 현대모비스는 책임공방을 벌였다. 이후 업계에선 배상 책임을 계약 과정에 명문화하는 편이라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현대차와 엘지엔솔의 책임을 3:7로 판단해 리콜을 진행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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