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의정갈등 과정에서의 공공성과 공익
정책은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행위다. 정부 개입의 근본 목적은 공공성 혹은 공익을 지향해 현상을 바람직한 상태로 바꾸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두가 이익을 받는다면 반대할 사람이 없겠지만, 손해와 이익을 받는 집단이 서로 다르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익을 받게 될 집단은 변화를 끌어내려 하고, 손해가 예상되는 집단은 반대로 현상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기에 정책과정은 소통과 설득, 타협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무더위 속에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는 의료개혁을 사례로 정책의 공공성과 공익 문제를 생각해 보자. 의료개혁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났다. 지난 2000년 정부는 의약분업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를 달래기 위해 매년 350명의 의대 정원 축소에 합의했었다. 이후 원격의료,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등을 두고 갈등을 겪었고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이르렀다. 그러는 동안 약 7000여 명의 의사 공급이 줄어들었다.
의사들은 이른바 돈되는 분야로 몰렸고 필수분야 지원자는 줄어들어 국민건강을 지킬 수 없는 상태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의료 격차는 확대됐고, 공공의료 분야는 더욱 의사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서울에서도 보건소장이나 의료원장을 비롯한 공공분야에 퇴직 의사를 재고용하고 있고, 지방에서는 수억 원의 연봉을 책정해도 의사를 구할 수 없다.
의사 공급 부족은 자연스럽게 환자들과 가족들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KTX 등 교통 발전으로 서울로의 이동이 쉬워지자 지방 환자들은 서울로 몰려들었고, 서울의 대형병원 주변에는 간병을 위해 올라온 보호자들로 북적거렸다. 유명 대학병원에서 진료받으려면 몇 달에서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니 병은 악화되고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더해간다. 지금은 은퇴 의사들을 재고용해 문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그들조차 활용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하나.
미래 의료 서비스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위기감이 의료개혁을 서두르게 된 이유다. 의료개혁의 목적은 국민의 의료서비스의 질과 전달체계 개선을 통해 '공익'을 증대하려는 공공성에 있다. 의사 수만이 아니라 의대 교육의 질적 수준, 전공의 양성체계, 건강보험 수가체계, 병·의원간 의료분업체계, 간호·간병 통합, 공공·민간 의료분업체계 등 다양한 이슈들이 의료개혁의 핵심이며 그 최종 목적은 '공익'의 증대다.
그러나 최근의 의정 갈등은 공공성과 관계가 멀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의 공공성에는 띠끌만한 관심조차 없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까맣게 잊고 오직 의대 정원 확대의 백지화 없이는 어떤 대화도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도 하반기 충원된 전공의는 아예 지도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나섰다. 자신들이 근무하는 대학 출신자가 아니면 지도하지 않겠다는 어이없는 주장도 있고, 의대교육 평가도 의사들의 '사익' 관점에서 시행하겠단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과도하게 전공의들에게 의존했던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체질을 바꾸는 구조 전환에 착수하지만 시작 전부터 가시밭길이다. 일단 전문의 채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의는 안 구해지고 전공의는 안 돌아오고 있어 고민이 깊다. 지난달 31일 모집을 마감한 하반기 전공의 수련 지원율은 1%대에 그쳤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울 '진료지원(PA)' 간호사의 법제화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되는 것은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분만병원협회, 아동병원협회 등이 의사들의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통해 국민건강 지킴이로서 '공익'에 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환자들을 더 잘 돌보기 위한 것이라면 국민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의사들의 행태는 오직 10년 후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오늘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저버리는 것이다.
하나라도 좋으니 그것이 왜 '공익'에 부합하는지 말해 달라. 정부도 더욱 소통을 강화해 공공성과 공익에 부합하는 의료개혁을 이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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