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신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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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의 7%가량을 차지하는 '큰손'이다.
국민연금을 조성한 국민과 기업(직장가입자) 입장에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늘 신중함을 요구한다.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차원의 의결권 행사는 국민연금이 '신중한 투자자'로서 해야 할 일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업을 연금이 통제하게 되는 경우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퇴보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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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의 7%가량을 차지하는 '큰손'이다. 2024년 1분기 기준 국내 주식 운용 규모만 156조원이다. 2023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 수는 281개, 최대주주인 경우도 7개라고 하니, 한국 주식시장의 슈퍼갑이라는 별칭이 오히려 부족할 정도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왔고 점점 확대해가고 있다.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회사가 부의한 안건에 반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과 1대1 대화를 지속하고, 공개서한을 보내고, 주주제안을 하고 있다. 나아가 2021년부터는 회사가 위법을 저지른 이사에게 책임 추궁을 하라는 주주대표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정부의 정책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며 국민연금법이 의도한 국민에 대한 연금급여와 이를 통한 국민의 생활 안정, 복지 증진에 부합하게 이뤄져야 한다. 시민단체 등이 국회 등을 통해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한 결과여서도 안 된다.
현대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는 1976년 중반 미국 연금들이 기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 경영에 간섭하는 '연금사회주의' 등장을 우려한 바 있다. 드러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들은 제조 경쟁력을 잃어갔다.
국민연금을 조성한 국민과 기업(직장가입자) 입장에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는 늘 신중함을 요구한다.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차원의 의결권 행사는 국민연금이 '신중한 투자자'로서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국민의 미래를 위해 적립한 돈으로 주주대표소송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즉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소송이다. 국민연금이 0.0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1000곳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웬만한 국내 기업은 언제든지 국민연금의 소송 제기 대상이 될 수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기업과 접촉하는 것은 일상적인 활동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져온 기업의 IR 활동마저 훗날 운용 의사결정을 침해해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된다면 별도의 통제장치가 없는 한 기금운용본부발 소송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 뻔하다.
국가연금이 아니라 일반적인 운용사라고 해도 운용사의 의사결정 책임은 전적으로 그 운용사에 있다.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국민연금이 소송으로 운용 손해를 보전하겠다는 콘셉트는 시장의 스탠더드에도 전혀 맞지 않는 접근이다. 이 문제는 국민연금 운영 부문의 역량을 올려서 해결할 일이다.
특히 소송은 주주행동주의자들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기업을 압박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주주행동주의 펀드처럼 행동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국민연금이 소송이라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면 기업들은 국민연금 눈치를 보느라 경영 자율성이 크게 제약될 것이다.
또한 국민연금이 소송을 남발하게 되면 국민연금이 진행하고 있는 기업과의 건설적인 대화는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워져서 기금 운용의 수익률이 저하되고, 결국 수익자인 국민의 손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업을 연금이 통제하게 되는 경우 기업과 시장의 활력을 퇴보시키고 사회적 비용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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