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사일 발사대 250대 앞에서 “대화에는 군사력 필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전방에 배치할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대를 국경 제1선 부대들에 인도하는 행사가 지난 4일 평양에서 열렸다고 5일 보도했다. 북한은 이미 장사정포 수백 문으로 우리 수도권을 겨누고 있고, 지난 3월에는 600mm 초대형 방사포라고 불리우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다수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유사시 ‘소나기 미사일 공격’으로 우리 군의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하겠다는 위협이다. 동시에 김정은은 “대화를 하든 대결을 하든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했는데, 미국 대선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군사력 과시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은이 대화를 언급한 것은 약 3년 만이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식별된 이동식 발사대(TEL)는 북한이 개발해온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화성-11라’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11라’는 사거리가 약 110㎞로, 오로지 대남 위협·공격 목적의 무기 체계다. 과거 북한의 ‘서울 불바다’론은 전면전 상황에서 북한의 장사정포 사격을 전제로 했는데, 앞으로는 발사대 250대에서 벌일 근거리 탄도미사일 공격도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발사대별로 발사관 4개를 갖춰 산술적으로 미사일 1000발을 순차적으로 발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2022년부터 이 근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해왔는데, 우리 군의 방공망으로 요격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 평가다. 하지만 물량 공세로 이어질 경우 전수 방어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화성-11라에 전술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재래식 무기 체계인 CRBM에 핵탄두를 일부 탑재해 ‘섞어 쏘기’ 방식으로 우리를 공격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발사대 배치 기념행사에서 “전술핵의 실용적 측면에서도 효과성을 제고하게 됐다”고 주장했는데, 핵 공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북한은 우리 수도권을 파멸시키겠다는 의도를 이번 TEL 250대 전방 배치 주장으로 노골화했다”고 했다.
다만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처럼 많은 발사대에 들어갈 미사일을 원활하게 생산해 물량을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현 시점까지는 전방 배치를 위한 전술적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무기 체계의 정확도 및 신뢰도 문제도 있어 당장 실질적 위협은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은 북한이 장사정포 및 미사일 도발에 나설 경우 원점타격을 통해 무력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북한의 행보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든 정부 시절 ‘대화’란 얘기가 전혀 없다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입장을 선회했다”며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을 두고 협상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대화를 하든 대결을 하든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김정은 발언은 비핵화는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최근 수해로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내부 결속을 위해 미사일발사차량 250대로 내부 결속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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