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고, 펼치고, 머물고···58채의 집 '아파트 공화국'에 반기들다
1년에 한두달 머물 '베이스캠프'
폭 2.5m에 세운 4층 '초박형' 등
예술적가치 높은 건축 형태 제시
건축주-건축가와의 소통도 담겨
집값이 오르면 오르는 가격만큼 사람들의 초조함도 커진다. 집이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이 상승장에서 무언가 손해를 보게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집은 사고, 사용한 후 팔아 치우는 소비재다. 그 공간에서 나와 가족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상상은 가격 전망에 밀려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유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머무는 집 안에서 사회적 관계를 담아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 집을 주제로 ‘대안적 삶’을 제시하고 있는 이들을 조망하는 전시를 개최한다.
전시는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이라는 제목처럼 '선언하는 집'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관계 맺는 집' '펼쳐진 집' '작은 집과 고친 집' '잠시 머무는 집' 등 6개의 주제로 사회적, 환경적 변화에 대응하는 58채의 집을 소개한다. 주택의 사진과 모형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집의 설계 과정에서 건축주와 건축가가 나눈 다양한 이야기, 건축주의 삶의 방식 등 방대한 자료도 함께 전시했다.
공간과 형식을 강조하는 ‘선언하는 집’에서는 말 그대로 ‘이것도 집’이라는 선언에 가까운 다양한 집을 소개한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마운틴’이 해당 섹션에서 가장 눈 여겨 볼 만한 주거 형태다. 네팔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살고 있는 건축주 부부는 1년에 1~3개월 정도만 국내에 머문다. 부부에게 집은 ‘베이스캠프’일 뿐이다. 건축을 맡은 김광수 건축가는 이 같은 건축주의 철학을 고려해 실제로 2.5평 비닐하우스 2개와 12평 컨테이너 박스를 합친 독특한 형태의 ‘집 아닌 집’을 제작했다.
이 같은 형태를 집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아해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집주인은 명실상부한 집이라고 선언한다. 2004년 완공 당시 건축가는 이 집의 수명을 5~7년 정도 예상했지만 의외로 베이스캠프 집은 20여 년간 재건축도, 재개발도 필요 없이 멀쩡하게 남아 있다.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에서는 조금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4인 가족이 살기에 딱 좋다는 ‘판상형’ 구조에서 벗어난 이들의 주거 공간을 소개한다. ‘킹덤’ ‘시그널’ 등을 쓴 김은희 작가가 건물주라는 사실이 알려져 이미 유명해진 ‘풍년빌라’의 모습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 작가는 2015년 협동조합을 만들어 풍년 빌라를 건축했다. 그간 김 작가 부부가 방송에서 들려준 가족과 삶에 대한 철학을 떠올려 봤을 때 부부가 한강뷰·커뮤니티가 있는 더 좋은 아파트 대신 연립주택을 선택한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밖에 전시에서는 새로운 주거 공간을 찾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다양한 형태의 집이 소개된다. 서울에서 가장 폭이 얇은 협소주택 ‘얇디얇은집’은 도로에 면한 폭이 2.5m에 불과한 ‘초박형’ 주택으로 서울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서초구에 위치해 있다. 집은 면적을 포기하고 높이를 선택했다. 지하부터 지상 4층까지 지어진 집은 계단과 사다리를 이용해 알차게 ‘사용’된다. 이 집에서는 아이가 자라고 있는데, 집은 아이에게 부모의 품이면서 동시에 놀이터가 된다.
단지 집의 사진이나 설계 도면뿐 아니라 집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주와 건축가가 주고 받은 수많은 이야기가 전시된 점도 흥미롭다. 건축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적지 않다. 그만큼 건축주는 자신의 취향과 철학을 집에 고스란히 담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한 건축주는 가족의 구성뿐 아니라 가족관계, 가족들의 성격, 그로 인해 벌어진 에피소드 등이 빼곡하게 적힌 공책을 건축가에게 건넸는데, 이처럼 정성이 가득 들어간 집이 내 집이라면 누구도 쉽사리 ‘얼마’라고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다른 건축주는 자신이 지은 집에서 자라는 식물, 그곳에서 생활을 매일 일기처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기록물들도 각 집의 사진과 설계도 옆에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2025년 2월 2일까지.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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