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FLUENCER] AI 복제 목소리… 팬들의 심금 울리다

박성기 2024. 8. 5. 17: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가수 목소리로 원하는 곡 들어
무서우면서도 좋다 등 기술력에도 찬사
AI 마주한 가수들의 대처도 각자 달라

"세상 모든 노래를, 당신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면"

좋아하는 가수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떠올렸을 소망이다. 기자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 '디에이드(The Ade)' 안다은을 술자리에서 만나서 이 말을 던졌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한 꼭지의 배경음악이 되었던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을 꼭 목소리로 듣고 싶다"라고.

"안 그래도 유튜브 '디에이드 / THE ADE'에 올리기 위해 이미 촬영을 마쳐놨지만,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않아 올리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기곡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해 부르는 '커버송(Cover Song)' 유튜버들이 있다. 구독자 1740만 명의 'JFlaMusic', 450만 명의 'Raon', 283만 명의 '새송 Saesong' 등이 그들이다.

그중 2011년 8월 22일 유튜브를 시작한 'JFlaMusic'(본명 김정화)은 4732일째 유튜브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밥 먹고 커버곡만 불렀을 '커버송 전문 유튜버'조차 아직 366곡밖에 들려주지 못했다.

이렇듯 "세상 모든 노래를, 내 목소리로 들려줄" 수 있는 꿈을 실현해줄 수 있는 가수는 전에도 없었고 후에도 없겠지만, AI 기술로 그 꿈을 실현하게 해주는 유튜버들이 있다. 오늘 꼭 소개하고 싶은 유튜버는, 이미 1996년에 사망한 김광석의 목소리로 세상 모든 노래를 들려주려는 '보통사람'(구독자 5330명), 'AI음유시인(2320명)'이다.

객관적 지표만 보면 이들 유튜브는 대단치 않다. 2021년 시작한 'THE INFLUENCER' 이 코너에서 소개한 셀 수 없이 많은 유튜브 중 가장 구독자 수가 적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그 셀 수 없이 많은 유튜브 중 시청자들에게 전해준 감동의 깊이는 가장 깊다.

영상마다 "광석이 형이 살아 돌아온 듯하네요. 40대 아재가 눈물 흘릴 만큼", "그 시대를 살아본 적도 없는 제가 김광석 님의 목소리가 사무치게 그리워요. 이게 음악의 힘인가요", "유튜브 노래 듣다가 눈물 나긴 처음. 왜 우리 곁에 없는 겁니까" "심금을 울린다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등 감동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AI 음성 복제 기술에 대한 호기심에서뿐 아니라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로 원하는 곡을 들을 수 있어 관련 영상을 즐겨 찾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AI 기술력에 대한 댓글들도 눈에 띈다. "AI가 사람한테 감동을 주는 세상", "기술이 이제 예술이 되네", "AI 한편으론 무서운데, 이런 건 너무 좋네. 들을 수 없는 걸 듣게도 해주니", "이런 게 AI 커버의 순기능 아닐까?", "보통사람님 보통 아니네요. AI는 허구라는 인식이 강한데, 만드신 분 의도가 훌륭한 예술가이십니다", "나중엔 가수 필요 없겠다" 등 김광석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음악적 개성까지 완벽하게 살려낸 '싱크로율 100%'의 기술에 다들 감탄을 숨기지 않는다.

이 중 "나중엔 가수 필요 없겠다"라는 댓글은 가수들에게 큰 시사점을 던진다.

획기적인 기술혁신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내 일자리는 어떻게 되지?'라는 공포가 확산됐다. 이에 관한 경제학 교과서의 표준적인 대답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확산하면 새로운 산업과 새로운 직업이 창출되므로, 노동력이 이동하면서 생산성은 계속 올라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과연 그럴까. 기계식 생산에 한정됐던 이전의 기술혁신이 아닌, 오늘날의 산업혁명은 이제 인공지능의 도래로, 죽은 사람도 일으켜 세워 노래를 부르게 하고 있다.

가수 성시경은 구독자 195만 명의 유튜브에서 2020년 12월부터 꾸준히 커버곡을 불러오고 있지만, 그래 봐야 이제 100여 곡 남짓이다. AI라면 하루,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적은 시간으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

가수 장윤정은 지난 3월 유튜브 채널에서 AI 커버곡을 두고 "이러면 가수가 리코딩을 왜 하나. 내 목소리를 넣은 AI를 돌려서 음원을 팔면 된다"라며 허탈감을 표출했다.

이에 반해 지난달 그룹 에스파(aespa) 윈터는 라이브 방송에서 "AI는 나쁜 거라 그랬어"라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그냥 내가 불러줄게. 모르는 거 빼고"라며 이승철 '서쪽 하늘', 백지영 '사랑 안해', 비스트 '비가 오는 날엔', 아이유 '사랑이 잘', 태양 '눈 코 입', 동방신기 '주문', 태연 '투 엑스' 등을 직접 불러줬다. AI를 마주한 가수들의 대처는 이렇게 각기 다르다.

축적된 모방의 결과물과 순수한 창작 결과물의 대결처럼 보이지만, 사실 대결도 안된다. 인공지능의 생산물과 인간의 창작물, 이제 그 둘의 구분도 힘들기 때문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질문들. 가장 아날로그적이라고 생각했던 가수 김광석을, 0과 1의 조합으로 부활시킨 유튜브 '보통사람'과 'AI음유시인'을 통해 독자 여러분도 곱씹어보시길 바란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