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배달수수료 직격탄···치킨 빅3 가맹점 190곳도 "양도"

박시진 기자 2024. 8. 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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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터치 매장 대거 매물로
매출 40%가량이 배달서 발생
수수료 인상에 고정지출 급증
2만원 팔면 5000원도 안남아
"플랫폼 과점에 자영업자 피해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 필요"
[서울경제]

“부부 둘이 달라붙어 운영하지 않으면 답이 없습니다. 인건비 부담에 아르바이트생 고용은 꿈도 못 꿔요. 배달 수수료까지 나날이 높아지는데, 매장 판매 가격과 배달 가격을 이원화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이렇게 장사하는데도 남는 게 없어 가게를 내놓기로 했습니다.”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A 씨는 일주일에 하루 이상 쉬어본 적이 없다. 매장이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곳에 위치해 유동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월 매출은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정도다. 배달 수수료 부담이 커 홀(매장) 매출 비중을 더 늘리고 싶지만 매장 평수가 작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A 씨는 올해까지만 가게를 운영하고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두마리찜닭’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B 씨도 3년 만에 가게를 내놓았다. 팬데믹 기간 배달 음식이 잘되는 것을 보고 시작했지만 결국 빚만 쌓였다. 생닭, 불닭 소스 등 본사에 필수적으로 주문해야 하는 품목 가격이 워낙 비싼 데다 배달비와 쿠폰 행사 등으로 지출이 늘면서 본사에 추가로 물품을 발주할 돈이 부족해 대출까지 냈다. 약 2만 원대의 치킨 한 마리를 팔았을 때 재료비 만 원에 배달 플랫폼 수수료 25~30%, 가게 임대료와 수도세, 가스 요금, 인건비 등을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5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음식점 주인들이 배달 수수료에 허덕이며 영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3사가 서로 ‘고객 무료 배달’을 내세우며 경쟁하는 동안 배달비 부담을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이 떠안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점포 직거래 플랫폼 아싸점포거래소에 따르면 5일 기준 맘스터치 매장 양도를 희망하는 점포가 총 9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지역이 22곳, 서울이 16곳으로 가장 많았고, 인천(8개), 경남(8개), 부산(7개) 등의 순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양도 희망 점포 수가 bhc 101개, BBQ 53개, 교촌치킨 36개에 달했다.

이미 문을 닫은 음식점도 크게 늘었다. 서울시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지역의 패스트푸드 점포 수는 5858개로 지난해 동기(6110개) 대비 4.3% 감소했다. 치킨 전문점 수도 지난해 1분기 5676개에서 올해 1분기 5521개로 2.7% 줄었다.

양도 매물로 많이 나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배달 매출 비중이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맘스터치의 경우 점포별로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전체 매출의 40%가량이 배달 매출에서 발생한다. 배달 수수료가 높아질수록 수익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은 배달 대행 업체를 통해 직접 배달을 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았지만 이마저도 배달 플랫폼이 배달 대행 업체를 인수하거나 수수료 정책을 바꾸며 막힌 상황이다. 배달 플랫폼 3사 중 중개 수수료가 음식 가격의 6.8%로 가장 낮았던 배달의민족은 9일부터 배민1플러스 중개 이용료를 주문 금액의 9.8%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쿠팡이츠(9.8%), 요기요(9.7%)의 중개 수수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배민이 ‘가게배달’ 정책을 변경한 것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게배달은 수수료가 저렴하고 주문 고객들에게도 일정 부분 배달비를 부담하도록 할 수 있어 자영업자들이 선호해왔다. 하지만 배민이 요금제를 개편하면서 주문 고객에게는 배달비를 무료로 하도록 권장하면서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배달비를 부담하도록 바꾼 것이다. 자영업자 C 씨는 “배달 팁에 이어 거리나 우천 시 할증 요금도 모두 우리한테 부담하라는 것”이라며 “예전처럼 직접 배달을 뛰고 싶어도 인건비 부담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발이 커지자 배민은 가게배달을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이 무료 배달 시행 시 건당 2000원의 배달비를 최대 4개월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과점 체제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적인 배달 플랫폼 시장에 대한 일종의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플랫폼법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공정거래법이나 다른 법규 등을 통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달 플랫폼이 3사 과점으로 가다 보니 과점 시장의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정부 구조 플랫폼을 시도하거나 사회적인 압박을 통해 과도한 행동을 제지하는 경고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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