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돼도 또 돌아오는 野 부메랑법안들
21대 국회서 거부권행사·폐기
農心 의식해 또 입법 드라이브
野 "타협점 찾겠다" 말했지만
수조원 예산소요 우려는 여전
법 강행처리 → 거부권 불보듯
더불어민주당이 5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산물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 한우산업지원법(한우법) 제정안 등 3개 법안을 당론으로 재추진한다. 이들 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이 행사되거나 행사가 예고되며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다시 통과시켜도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당에서는 거부권 행사 횟수를 늘리려는 행태라고 평가절하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양곡관리법 등 3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로 이견 없이 의결했다. 이들 법안의 공통점은 농림축산식품부는 물론 농업계 일각에서도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곡관리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이후 '1호'로 거부권을 행사했던 바로 그 법안이다. 쌀 가격이 급변동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정부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고 쌀 과잉 생산을 유도할 수 있다며 이 법에 반대한다.
농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 매입·보관비로만 연 3조986억원(2030년 기준)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농식품부 올해 예산의 16%가 넘는다.
한우법은 21대 국회에서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한우 농가에 대한 재정 지원 등을 담고 있는 이 법은 정부가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농안법은 특정 농산물 가격이 기준치 밑으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생산자에게 보상하는 법안으로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재입법에 나서면서 함께 발의됐다. 한국농업경제학회는 농안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5대 채소'(마늘·양파·무·배추·고추)만 추산해도 연간 1조20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민주당은 이 법을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한우법과 함께 처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거부권'을 의식한 당시 김진표 국회의장이 막아서며 무산됐다. 이후 폐기됐던 3개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살아나 민주당의 '당론 법안'으로 추진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이들 법안에 대해 "21대 국회 때 충분히 논의했다"며 우선순위 법안으로 지정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도록 야당이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원택 민주당 의원도 "법안 심사 과정에서부터 정부·여당과 의견을 병합하며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양곡관리법과 농안법은 21대에 비해 다소 달라진 측면이 있다. 양곡관리법의 경우 정부가 매입·판매 등을 시행하는 기준을 쌀값의 '폭락'에서 '급격한 하락'으로 변경했다. 농안법에는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때 정부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총선에서 불거졌던 '대파 파동'을 의식해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소비자 대책을 법안에 담은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오히려 정부·여당이 우려해온 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농안법에서는 농산물 가격안정제 시행을 위한 장관의 의무를 오히려 구체화했다. 또 소비자 보호를 위해 농산물 가격 폭등 시 예시 상한가를 규정하고, 취약계층에 바우처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시장의 자율적 조정 기능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하는데 정부의 조정기능을 더 강화한 것이다. 한우법에서는 △백신 접종 비용 지원 △컨설팅 지원·자금 지원 우대조치 등 오히려 한우 산업에 대한 재정 지원 범위가 확대됐다.
정치권에서는 국회가 '야당 단독 처리→거부권 행사'의 늪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세사기특별법, K칩스법 등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법안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정부·여당과 '각'을 세울 수 있는 법안이 우선 처리되는 상황이다.
여당도 양곡관리법과 한우법에 대해 대안을 내놓고 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선제적 쌀 수급 안정 정책을 통해 벼 생육 중에도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위지혜 기자 /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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